가상자산 테라・루나 사태로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권도형씨에 대해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이 두 번째로 한국행 결정을 내렸다. 국내 송환이 결정되면 권 씨는 미국보다 낮은 형을 받게 되며, 피해자들과 합의를 통해 형량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법원에 출석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조선DB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법원에 출석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조선DB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현지시각 2일 권도형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한국이 미국보다 범죄인 인도 요청을 먼저 보낸 점을 들어 한국행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권 씨는 가상자산 테라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창립자다.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자산 테라와 루나는 지난 2022년 가격 폭락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약 50조원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 검찰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각각 권 대표를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권 씨는 싱가포르, 두바이 등을 거쳐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몬테네그로에 입국해 현지에서 체포됐다. 이후 한국과 미국 모두 몬테네그로측에 그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권 씨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한국으로 한 번씩 인도국이 결정된 바 있으나, 각각 권 씨의 항소와 몬테네그로 법무부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그간 권씨의 인도국 결정이 수 차례 번복된 데에는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개입이 컸다. 지난 3월 한국행 확정 당시, 미국 SEC와 접촉하는 등 대미 관계를 중시한 밀로비치 장관이 제동을 걸며 상황이 바뀌었다. 

그러나 최근 몬테네그로의 개각으로 밀로비치 장관이 경질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후임 장관은 아직 권 씨의 인도국에 대해 언급한 바는 없다. 다만 현지 외신등에 따르면 항소법원이 1심과 2심에서 모두 한국행을 받아들인 만큼 이번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권 씨는 줄곧 한국행을 희망했다. 한국의 경제사범 최고 형량은 약 40년이나 미국은 여러 범죄에 대해 개별 형량을 더하는 방식으로, 권 씨의 경우 최대 100년의 형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부는 조만간 권씨에 대한 송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 씨는 송환이 시작되면 우리나라 영토로 간주되는 한국행 국적기에서부터 체포될 수 있다. 체포 이후 수사당국에서는 권 씨의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으로 압송한다. 

다만 우려했던 바 대로 국내에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권 씨의 형량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권 씨가 국내 피해자들과 합의를 통해 감형이 될 경우 40년보다도 낮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피해자는 약 20만명, 피해액은 3000억원대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변호사는 “형량을 결정할 때 감안하는 요소로 피해자들과 합의가 있다”며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하고 합의를 한다면 형량에서 많은 고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권 씨의 몬테네그로 법률 대리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이반 결정은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하라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두 번째 결정"이라며 "한국과 몬테네그로 당국이 상호 소통해 곧 송환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