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온갖 호재로 비트코인이 1억을 돌파하면서 호황을 누리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2분기엔 죽을 쒔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기에 접어든데다 시장 분위기도 예전같지 않아 거래량이 급감한 탓이다.  

21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24시간 거래액은 1조4430억원을 기록했다.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이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2월 말 하루 평균 거래액은 10조원,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3월 9일 17조원이었다. 6개월새 거래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2위 거래소인 빗썸 역시 마찬가지다. 빗썸의 이날 24시간 거래액은 6464억원으로 지난 2월 1조원, 3월 기준 최대 6조원과 비교하면 이 역시 격세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거래량 급감은 실적 쇼크로 이어졌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2분기 25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5311억원을 기록한 1분기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은 1590억원으로, 3356억원이던 1분기에 비해 52% 감소했다. 

2분기 빗썸의 매출은 1047억원으로, 전분기 1382억원 대비 2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2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51% 줄었다. 3위 거래소인 코인원 역시 전분기 대비 31.8% 감소한 90억원의 매출액을 냈다. 

거래량 급감과 거래소의 실적 부진은 최근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연초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가 미국에서 승인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1억을 넘기기는 등 가상자산 시장엔 호재가 만발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비트코인 채굴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이후 가격이 박스권에 갇히면서 시장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4월부터 7월까지 8000만원 선을 유지하며 횡보했다. 

지난 7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후보의 가상자산 시장 지지 발언으로 소폭 반등을 보이기도 했다. 피격 사건 이후, 연말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이 2조500억달러에서 2조4500억달러로 20%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 지표 부진 등 거시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간 14% 감소하며 ‘트럼프’ 효과를 대부분 반납했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시행이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9일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거래소들이 상장을 보수적으로 평가,  신규 코인 상장이 줄고 이용자 유입도 줄었다.  

신규 코인 상장은 거래소간 경쟁에서 새로운 이용자를 유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거래소들의 월 평균 신규 상장 건수는 20여개에서 절반수준인 10개로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역시 거래량과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상반기 가장 큰 호재였던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만큼, 위축된 투심이 다시 회복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병준 디스프레드리서치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가상자산 시장은 시장 외부 요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특히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과 미국 대선 동향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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