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님이 어려운 발걸음해 주신 김에, 핀테크업의 발전을 위해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과거에 머무르는 규제를 개선해 주신다면 금융지주나 시중은행이 핀테크사 투자와 인수를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 개막식은 국내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유관기관, 지자체, 해외정부·기관 등 총 109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했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금융사 수장들은 개막식 종료 후 뿔뿔이 흩어졌다. 지난주 진행된 ‘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당시에는 행사장 내부를 둘러보는 금융위원장 뒤로 금융사 임원들의 행렬이 만들어져 행사 참가자들의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김병환 위원장은 한 시간 가까이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행사장 내부를 둘러봤다. 이번 행사 전시관은 ▲핀테크관 ▲금융관 ▲K-핀테크30(유망 핀테크 기업) ▲협력관 ▲글로벌관 등 다양한 분야로 조성, 총 85개 부스로 구성됐다.
IT조선은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함께 국내 핀테크 업계의 현주소를 따라가 봤다.
‘챌린지’부터 ‘인형탈’까지 응원열전
이날 김병환 위원장은 금융관의 KB금융그룹과 삼성금융네트웍스(모니모)·NH농협금융그룹을 비롯, 핀테크관의 네이버페이·비바리퍼블리카(토스)·뱅크샐러드·뉴지스탁·씨앤테크·위닝아이·쿼타랩·페이히어 등 핀테크 기업을 순차적으로 둘러봤다.
김병환 위원장이 방문할 때마다 부스에서는 박수갈채나 환호성이 쏟아졌다. 부스별로 직원들이 직접 준비한 챌린지 안무를 선보이거나, 인형탈과 함께 응원 구호를 외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등 각 사 수장은 부스에서 금융위원장을 직접 맞았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부스는 당국이 직접 선정해 통보했기 때문에, 금융위원장의 방문 자체가 기업에 큰 의미가 있다고 현장 담당자는 귀띔했다.
KB금융은 이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투자정보 제공 서비스 ‘스톡 AI’를 시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시장 이슈 중 ‘중동 지정학적 긴장감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을 선택하고 자동 생성된 답변을 읽는 등 금융사의 AI 활용 사례를 살펴봤다.
김병환 위원장은 매장관리 솔루션 기업 페이히어의 부스를 방문, 결제 단말기를 사용해 보며 “매장에서 본 것 같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페이히어 관계자는 “유망 핀테크 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금융위원장까지 방문하니, 서비스를 인정받은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자사 ‘얼굴인증 결제 시스템’을 직접 소개하며 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지정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2년에 걸쳐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해 줘 올해 6월부터 ‘얼굴인증 암표방지 시스템’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여기까지 온 것은 금융위원장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장님, 건의할 게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직접 업계의 고충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DGB금융그룹의 핀테크 자회사 뉴지스탁의 부스에 김 위원장이 방문했을 때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는 “핀테크업의 발전을 위해서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대표도 함께한 자리였다.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는 “뉴지스탁은 금융지주가 핀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한 국내 최초의 사례지만, 규제 때문에 마지막 사례이기도 하다”라며 “금융그룹과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금융지주회사법을 따르게 되며 IT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 상황”이라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경청한 후 “알겠다, 잘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개막식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오래 전 만들어진 금융법제를 재점검,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진입·행위 규제 및 클라우드 이용 등의 규제를 풀겠다”며 “과거의 잣대가 현재와 미래를 재단하는 불합리한 사례가 없도록 과감한 디지털 금융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을 만난 문경록 대표는 “신임 금융위원장을 처음 만나는 자리라 직접 얘기하고 싶었다”며 “금융지주사법 관련 문제가 몇 년간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당국의 기조가 규제 개선으로 바뀌고 있어 기대 중”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주최하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서울 DDP 아트홀에서 열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참관 비용은 무료다.
이번 행사에는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 DGB금융,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카카오뱅크, 삼성금융네트웍스 등 금융권을 비롯해 네이버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 핀테크 기업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낸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