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 공식 출시를 시작한 가운데 교체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17년만에 ‘통화 녹음’ 기능을 선보인다.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지원 언어에는 한국어를 더 빨리 포함시키기로 했다. 관련업계는 이같은 전략이 향후 판매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한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 앞에서 시민들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16시리즈'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 앞에서 시민들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16시리즈'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뉴스룸을 통해 ‘아이폰 운영체제(iOS) 18’ 업데이트를 공지하면서 애플 인텔리전스 지원 언어 업데이트 일정을 공유했다. 

애플은 우선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국의 현지 표준 영어를 연내 지원키로 했다. 내년에는 한국어를 포함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인도·싱가포르 현지 표준 영어로 지원 언어를 확대한다. 예상보다 다국어 버전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가 빨라진 셈이다. 

애플은 당초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내년 지원 예정 언어로 중국어와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만 언급했다. 이에 업계는 한국어 지원이 빨라야 내후년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애플이 갑작스럽게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 지원을 앞당긴 것을 두고 업계는 아이폰16 사전판매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대만TF인터내셔널증권의 궈밍치는 보고서를 통해 13일 시작된 아이폰16의 사전 주문 판매량이 첫 사흘간 약 3700만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작인 아이폰15 시리즈 대비 12.7% 줄어든 수치다. 특히 고가 상위 모델인 프로 라인업은 수요가 감소했다. 

궈밍치는 보고서에서 “아이폰16 시리즈 수요가 예상보다 낮은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이폰16 출시와 함께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최근 iOS 18 버전을 배포했지만 애플 인텔리전스는 적용하지 않았다. 새 스마트폰 출시와 AI 기능 도입 시기가 엇갈리자 업계선 ‘미완성 AI’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애플은 AI 다국어 서비스 조기 지원과 통화녹음 기능 도입 등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애플은 17년만에 통화 녹음 기능을 선보이는데, 연내 추가 iOS 업데이트를 통해 도입될 예정이다. 통화 녹음 기능은 아이폰 사용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만큼 기능 업데이트시 교체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이폰의 ‘통화 녹음 쌍방 고지’는 불편을 느낄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폰에선 통화 녹음시 별도의 알림 없이 통화 녹음이 가능한데, 아이폰에선 통화 녹음 사실이 상대방에게 고지된다. 매 통화마다 녹음 버튼을 일일이 눌러야 하는 것도 사용자들이 불편을 느낄 요소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판매 동향은 10월 초중순 이후부터 확인 가능하지만 기대보다 약한 수요는 미국의 소비 심리 악화와 제한적인 AI 기능이 주된 원인이다”라며 “애플의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 가속화와 폴더블 등 폼팩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