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대기업 퀄컴이 경영 부진에 시달리는 반도체 대기업 인텔에 인수 가능성을 엿본다. 모바일에 치중된 반도체 사업을 PC, 서버로 확대할 수 있어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매체는 20일(이하 현지시각)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왼쪽)와 팻 겔싱어 인텔 CEO / IT조선 DB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왼쪽)와 팻 겔싱어 인텔 CEO / IT조선 DB

WSJ는 인수가 성사될 경우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중요한 거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매체는 현재 인텔의 시장가치를 고려하면 690억달러(92조1800억원) 규모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이후 기술 산업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인텔 인수를 통해 AMD, 브로드컴 등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AI 반도체 분야에서 역량을 키울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소식은 인텔이 창사 56년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자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왔다. 

인텔은 핵심 사업인 PC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은 경쟁사인 AMD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모바일 칩 분야에서는 ARM에 뒤처졌다. 인공지능(AI) 칩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는 엔비디아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20년 2900억달러(387조4400억원)가 넘던 인텔의 시가총액은 현재 900억달러(120조2400억원)쯤으로 쪼그라들었다.

소식통은 다만 양사간 거래가 확정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규모 딜이 실제 성사되려면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높아서다.

2017년 퀄컴 인수에 나섰던 브로드컴은 미 당국의 제동으로 이를 포기한 적 있다. 엔비디아는 2021년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의해 제소 당했다.

WSJ는 퀄컴과 인텔 간 대규모 딜이 실제 성사될 경우 경쟁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퀄컴이 거래 성사를 위해 회사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텔의 사업 영역의 부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수 타진 소식이 전해진 후 20일 뉴욕 증시에서 퀄컴 주가는 3%쯤 하락했고 인텔 주가는 3% 상승 마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