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금융안정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6월초까지만 해도 물가 우려가 상당히 줄었기 때문에 금리를 현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의견을 내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집값 급등으로 급하게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한은 금통위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위원이다. 스스로도 ‘대표적인 비둘기’라고 인정하면서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금융안정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금융불안정 우려가 높아졌다.
신 위원은 “집값이 이렇게 급등할 지 사실 전혀 예상을 못했다”며 “물가와 내수만 보면 당연히 금리를 지금 상태로 유지할 이유가 없는데 예기치 못한 새로운 변수인 집값, 근본적으로는 금융안정 이슈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어 “주택가격은 심리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면 모멘텀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주택가격 하나만 보고 금리를 결정할 순 없지만 지금은 주택가격이 중요 위험으로 부각됐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잠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과 맞물려 있는 가계부채를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주택 가격 상승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레버리지(차입)를 통해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가계부채가 함께 증가하는 점 또한 큰 문제”라며 “주택 가격 상승 모멘텀이 강한 상태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주택가격에 대한 불안심리를 부추겨 주택 가격 상승 모멘텀과 가계부채 증가 모멘텀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들어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점 등을 두고 “9월 들어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인 점은 개인적인 우려를 줄여주곤 있지만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걱정은 든다”며 “개인적으로도 10월 금통위 때 어떤 의사결정을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수 부진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주택가격 상승의 위험이 약화될 경우 금리인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신 위원은 “집값이 100% 안정된 다음 금리인하를 시작할 만큼 우리 경제가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내수를 보면 금리인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진다고 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은 강력하지만 무디다. 금리는 특히 그렇다”며 “주택은 중요하지만 특정 부분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특화된 방법을 먼저 쓰고 금리 정책을 쓰는 게 맞지 않겠냐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정부에서 거듭 금리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과 금리정책이 꼭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금리나 가격변수에 감독당국이 직접 관여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