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정책 긴축기조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행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에서 0.25%포인트 내린 3.2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38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뒤 13차례 연속 동결로 긴축 기조를 이어왔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는 최근 1%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 침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전망대로 2%에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명분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에 1.6%를 기록하며 지난 2021년 2월(1.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국제유가 및 농수산물의 가격이 급등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달 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안정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가 상승률은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 등이 작용하면서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부진도 기준금리 인하의 한 근거로 꼽힌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역성장했다. 이는 2022년 4분기 이후 최저치로 2023년 1분기부터 이어진 성장 기조는 다섯 분기 만에 깨졌다. 민간 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 1.2%, 1.7% 축소됐다.
미 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결정도 한은의 부담을 덜어줬다. 지난달 18일 미 연준은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을 이유로 추가 기준 금리 인하는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의 경우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 옥죄기로 지난달 증가 폭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는 여전히 높아서다.
지난달 5대 은행 하루 평균 신규 주담대 취급액은 3451억원이다. 8월(3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 경상수지 8월 66억弗 흑자, 4개월 연속… “흑자 기조 이어질 것”
- 한은 “이란·이스라엘 사태 변동성 확대… 불확실성 커져”
- 경제부총리-한은총재, 경제 구조개혁 한 목소리… 긴밀한 협력 강조
- 이창용 한은 총재, 16개 은행장과 만나 가계부채 대책 논의
- 신성환 금통위원 “집값 급등, 금리인하 브레이크 걸렸다”
- 美 ‘빅컷’에 한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정부는 불안 다잡기(종합)
- 한은 “美 금리인하, 국내 물가·금융안정 집중 여력 커져”
- 3년 2개월 긴축 끝낸 한은… "추가 인하, 내년 1분기 돼야 가능"(종합)
- ‘금리인하’ 놓고 의원들 갑론을박… 이창용 총재 "1년뒤 평가해 달라" [국감 2024]
- 미국 금리 움직임에 쏠리는 관심… “여전히 지표 강세, 동결 예상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