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 혈전이 계속되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치열한 설전이 오가고 있는데 소셜네트워크(SNS)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각 후보의 지지자는 물론, 후보의 캠프에서 조직된 ‘디지털 대응팀’까지 나서 SNS ‘선거 유세’에 몰입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소셜미디어의 역할의 중요해졌다고 선거 전문가들은 말한다. 앞선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역할이컸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정보 유통의 주된 통로가 되며 후보자들에게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됐다.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적국에선 이에 대한 해킹이나 허위 정보 유포, 조작 등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벌이고 있다. 한 편에선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미 국가안보부 산하 사이버 보안 정책을 총괄하는 젠 이스터리 CISA(Cybersecurity and Infrastructure Security Agency) 국장은 2일(현지시각) AP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정보환경"이라며 "외국의 적대세력이 선거 과정에 개입해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만큼 소셜 네트워크는 정보의 빠른 확산과 실시간 여론 확인을 통해 유권자의 관심사에 맞는 ‘타겟팅’ 캠페인이 가능한 효율적인 선거 도구로 꼽힌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고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수단이다. 

트위터, 페이스북은 가라… SNS도 이제는 탈중앙화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탈중앙화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 중앙화된 소셜 네트워크와 달리 운영주체의 검열을 피하고 정치적 의견을 더욱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어 대안적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된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의 대표적인 사례로 앞선 미국 대선에서 등장한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 꼽힌다. 선거 결과에 굴복하지 못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1년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킨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비롯한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계정이 영구정지당했다. 이에 트럼프가 직접 자신의 지지자들을 위해 대안 플랫폼을 만든 것이 트루스 소셜이다. 

트루스 소셜은 마스토돈(Mastodon)이라는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메신저다. 기존 플랫폼들과 달리, 콘텐츠를 검열하거나 계정을 정지하지 않는 ‘검열 저항성’을 가진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이 억압되고 있다는 주장을 반영해 이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 개설 취지로 “모두가 왜 빅테크 기업에 맞서지 않느냐고 묻는데, 곧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이와 관련해 “소셜 미디어가 보수파의 목소리를 묵살한다는 그의 비판에 많은 공화당원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같은 해 일론 머스트 테슬라 창업자가 트위터를 인수하자 중앙화된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머스크는 평소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 밝혀왔다. 하지만 트위터 인수 이후 그는 미국 보수정당이 사용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차단하는 등 검열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중앙화된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위세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019년 홍콩에서는 시위동안 중국 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탈중앙화 메신저 브릿지파이(Bridgefy)가 사용됐으며, 텔래그램은 보다 탈중앙화된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위해 독자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톤(TON)을 구축 중이다.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인 마스크네트워크(Mask Network)역시 정치적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고자 하는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마스크네트워크는 마스토돈과 톤 프로젝트의 후원사이기도 하다.

마스크네트워크는 브라우저 확장 도구인 마스크플러그인(Mask Extension)을 통해 기존 메신저를 탈중앙화 플랫폼에 연결해 암호화된 메세지를 보내거나, 분산형아이디(DID)를 이용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최근 DID 프로그램 네임태그(Nametag)를 인수하기도 했다. 

수지 얀 마스크네트워크 창립자는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SNS 사용자들과 정부 간 건강한 소통이 이루지고 있지 않다”며 “이를 위해서는 암호화된 기술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