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규제당국이 도를 넘은 '전관예우'로 국가기관으로서의 신뢰와 위용을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 기업이 아닌 로펌행으로 교묘히 법망을 피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업무 관련성 있는 취업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2023년 7월 개인정보위를 퇴직한 A 전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3급)은 같은 해 9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했다. 이밖에 개인정보위 조사과 등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활동한 5명이 광장, 율촌, 세종 등 대형로펌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10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김앤장으로 이직한 인사는 올해 8월 기준 각각 4명과 3명이다. 방통위 이직자 4명의 이직 전 평균 보수월액은 899만4088원이었으나 김앤장 이직 후 평균 보수월액 3312만7500원으로 3.7배에 뛰었다.
직업 선택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연봉을 높게 부르는 곳으로 이직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며 자유다. 하지만 국가 녹을 먹고 조사 권한을 가지는 규제 기관 공무원이라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개인정보위만 해도 현재 김앤장과 법적 다툼을 벌이는 사건이 6건에 달한다. 구글과 메타는 2022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개인정보위로부터 각각 과징금 692억원과 308억원을 부과 받았다. 양사는 2023년 2월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나란히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김앤장으로 이직한 고위공무원들이 개인정보위에서 맡았던 개인정보보호정책, 조사 관련 업무가 해당 소송들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군이 된 상황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 있는 기관에 취업하려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11년 법 개정 이후 로펌도 취업심사 대상이 됐지만 영향력 행사 가능성 및 업무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 허용되고 있다.
적어도 국가기관 퇴직 두 달 만에 송사를 벌이는 로펌으로 바로 건너가는 '비상식'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보고 해당 기관을 신뢰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씁쓸하다. 고위공직자 로펌행을 보다 엄격히 규제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