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3분기 만에 13조원 넘는 역대급 순이익을 벌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편치만은 않다. 올해 결산부터 금융당국이 제시한 방법으로 실적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야 하는데, 실적이 크게 줄어들수도 있다는 전망에서다. 호실적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긴장감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회계 가정법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저해지보험을 적극 판매한 보험사들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실적 충격은 물론, 판매할 수 있는 상품도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9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초회보험료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20곳의 무저해지 상품 취급 비중은 66%, 손해보험사 11곳은 37%로 나타났다. 수치에서 보듯, 생보사에 미치는 충격파가 더 세다.
생보사별로 보면 iM라이프 98%에 이어 ▲한화생명 93% ▲신한라이프 91% ▲KDB생명(91%) ▲교보생명 81% ▲KB라이프생명79% ▲삼성생명67% ▲미래에셋생명39% 순으로 집계됐다.
무·저해지보험은 동일 보장을 담보하는 보험이더라도 보험료가 10~40% 가량 저렴하다. 대신 중도에 해지하면 환급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덜 준다. 2015년 새롭게 출시된 상품인지라 제대로 된 해지율을 가정하기 어렵다. 지난해 생보사들이 높은 환급률을 제시하면서 판매한 단기납 종신보험도 여기에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 해지율을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설정하면서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보험사가 해당 상품을 해지할 가능성을 실제보다 높게 잡은 뒤, 미래 지급해야할 보험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익을 과도하게 잡았다는 시각이다. 이에 당국은 지금보다 해당 상품 해지율을 40%가량 낮게 가정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당국 지침에 따라 예상 해지율이 낮아지게 되면 보험사가 미래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늘어난다. 기존에 책정했던 해지율도 다시 잡아야하는 만큼 손실 처리로 돌아서는 상품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중에서도 단기납 종신보험 중 5년납 상품이 손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 상품은 납입 기간이 5·7년 등으로 일반 종신보험에 비해 짧다. 납입 기간을 마치고 일정기간을 거치하면 원금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해 줘야 한다. 가령 7년간 총 1억원의 보험료를 납입하면 10년 시점에 최대 1억2480만원의 환급금을 제공하는 식이다.
아울러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해지율 값을 바꾸면 생보사들이 보유한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잔액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CSM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의미한다. 보험사 핵심 이익지표로 활용된다. 해지율 값이 변경되면 보험사가 보유한 CSM 잔액은 많게는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무·저해지보험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생명이 밝힌 CSM 감소 규모도 2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전체 생보사 CSM 감소분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생보사가 주력으로 판매하던 단기납 종신보험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변동 등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해 판매가 위축될 것"이라며 "재무적으로 영향이 큰 무저해지 해지율, 단기납 종신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을 중심으로 생보업계 전체 CSM잔액이 내년 3.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