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후에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접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대출금리도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일부 신용대출 상품 신규에 적용되던 우대금리를 삭제했다. 하나은행도 9일부터 타 금융기관 대환 목적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금리를 내릴만한 요인이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비상계엄 해제 이후의 불확실성이 금리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국채금리가 오름세(채권값 하락)로 돌아서면서 금리를 흔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41%포인트 오른 2.626%로 집계됐다.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0.034%포인트, 0.052%포인트 오른 2.640%와 2.765%로 나타났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에 연동된 은행채 금리와 대출금리도 오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내려간 시장금리를 반영해 둔화세를 보이고 있었다.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긴 하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금리 하단이 다시 3%대에 진입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보였지만 잠시 뿐이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 사태는 조기에 종료됐으나, 현 수준 국채금리 레벨에 대한 부담과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은 국채 금리의 추가적인 강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시장 안정화 의지에도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치 리스크 및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꾸준히 자금 이탈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탄핵정국 진입 가능성 점증과 국정 불안 요인까지 잔존해, 외환-채권-주식 트리플 약세가 우려된다”며 “연말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 반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