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 사태 이후 한국 증시가 정치적 불안정성 속에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소추 표결이 다가왔지만, 탄핵 가결 이후에도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안정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32포인트(0.5%) 오른 2494.46에 거래를 마쳤다. 계엄 발표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던 코스피는 지난 10일 반등 기회를 잡더니 이후 나흘 연속 올라 2500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탄핵 표결 이후 향후 국내 경제의 향방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반등세가 계속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반면, 과거 탄핵 정국때와 달리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하향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시된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 8일 탄핵 표결 무산 이후에도 외국인 선물 매수는 물론,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가 유지되고 있다. 개인의 실망매물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증시에 부담을 주는 정도는 아닌데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저가 매수세 유입이 계속돼 하방 압력을 어느 정도 방어하는 모습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기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당시 국내 증시는 탄핵안 가결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탄핵심판이 인용된 후 조기대선을 거치며 우상향을 보였다. 당시 코스피는 탄핵 소추안 가결일인 지난 2016년 12월 29일 2024.69에서 탄핵이 인용된 2017년 3월 10일 2097로 상승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 국내 증시 추세 전환의 트리거로 작용했던 외국인 수급 개선세가 최근 나타나고 있다”며 “여야 합의 지연으로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정치 불확실성 해소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외환과 증시 모두 안정화 될 전망”이라 밝혔다.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탄핵 인용이다. 이후 조기 대선 국면으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시장 불안이 진정될 것이란 것이란 예측이다. 박 대통령 탄핵 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 지난 2017년 코스피는 최대 2270.12까지 상승했다.
다만 2016년과 현재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위기가 있었으나, 글로벌 경기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호황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한편 이번 탄핵 표결이 또 다시 무산될 경우 역시 염두해 둬야 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며 경제 심리에 더욱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정부주도 사업인 대왕고래 산업과 밸류업 등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며 관련주들 역시 하락을 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웅찬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차기 대선 시점이 결정되며 정치적 리스크가 낮아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계엄령 사태로 연말 내수에는 악영향이 예상되며 수출에도 일시적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 설명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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