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정치 프로세스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탄핵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과거 탄핵 정국 때와 달리 대외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추가경정예산 등 경제정책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15일 발표한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 방향’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확대됐던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정부와 한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 등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했으며 이후 매일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국내 금융·경제 상황을 점검해 왔다.
한은은 과거 두 차례 탄핵 정국 때와 현재의 대외 상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당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엔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확대했지만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실물경제 역시 소비심리를 다소 약화시켰지만 전체 성장률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이번 탄핵 국면은 과거 중국의 고성장(2004년), 반도체 경기 호조(2016년) 등 우호적인 대외여건과 다르다고 진단했다.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져서다.
또 경제 신뢰도 확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전 사례와 마찬가지로 경제정책이 정치 상황과 분리되어 추진되고 경제시스템이 여야정 합의로 운영된다는 신뢰가 유지될 경우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정치 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한은은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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