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에 대해 새삼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전 부실금융사 인수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메리츠, 특혜 꼬리표… 예보와 지원금 규모 두고 입장차
18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는 매각을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의 협상에서 정부 지원금 인상안과 함께 전직원 고용승계 방안은 어렵다는 내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 정상화에 필요한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MG손보는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금융위원회의 위탁을 받은 예보가 3년간 3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후 경쟁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데 이어 M&A뿐 아니라 P&A(자산부채이전) 방식도 선택지로 열어뒀다. 지난 9일 메리츠화재를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예보가 메리츠화재를 사전에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예보는 금융제재 이력이 있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 계약을 이전하는 데 대주주 적격성 등에 문제가 없는지 사전 법률 자문을 받았다. 메리츠화재는 이사회 운영 독립성과 실효성 저해 등을 이유로 지난 9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18건, 개선 16건 조재조치를 받은 바 있다.
국회에서도 이를 정식으로 문제 삼았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금융제재 이력이 있는 회사가 MG손보 계약을 이전하는 데 문제가 있는지,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필요한지 등에 관해 예보에서 메리츠화재를 염두에 둔 법률자문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며 "인수합병 방식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메리츠화재의 인수자격과 관련된 법률자문까지 미리 받은 것은 결국 메리츠화재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예보와 메리츠화재는 지원금 규모를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보 지원금은 5000억원 수준이지만, 메리츠화재는 그 이상의 금액을 지원해 달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는 지난해 83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자산 규모와 재무건전성이 당국 기준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실제 MG손보의 올 상반기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36.5%에 불과해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비율(150%)에 크게 못미친다. 시장에서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 자본확충을 단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예보는 국가계약법상 사전에 정해 놓은 가격 이상으로는 지원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칫 과도한 지원금이 배임 논란까지 이어질 수 있어 양측의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는 "구체적인 액수를 말할 수는 없지만 MG손보 지원한도는 내부적으로 이미 정해 놓은 상태"라며 "외부법상 별도 한도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국가계약법상 사전에 정해 놓은 가격 이상으로 자금 지원은 안된다"고 말했다.
고용승계 의무 없는 메리츠… 거리로 나선 노조
인력 구조조정도 넘어야할 변수다. MG손보 인수가 P&A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기존 인력을 메리츠화재가 품을 의무는 없다. 하지만, 고용승계를 두고 노조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MG손보 노조는 지난 16일 예보 본사 앞에서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기존 인력 대부분을 구조조정 할 것으로 우려한다. 이번주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파업 강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김동진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이미 예보와 메리츠화재가 협상 과정에서 MG손보의 보험계약은 선별 인수없이 모두 가져가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결국 메리츠화재가 부실자산으로 선별할 수 있는 것은 구조조정 등인데, 계약 이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예보가 MG손보의 전신인 그린손해보험을 동일한 방식으로 매각했던 때와 비교된다. 당시 예보는 그린손해보험을 사모펀드인 자베즈파트너스-새마을금고중앙회 컨소시엄에 동일한 P&A 방식으로 매각했지만, 100%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달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성과를 최우선으로 삼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직원 전체를 고용승계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도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만큼 인수 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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