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 한해 키워드로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횡령 등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권 전체 신뢰가 하락한 데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가 시행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리스크 관리’ 시작점을 고객의 신뢰 회복으로 잡은 셈이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되는 한 해에 KB는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킬 수 있도록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와 시장, 고객, 사회에 더 높은 가치를 돌려드리도록 효율과 혁신을 통해 KB의 체력을 더욱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 모두에 ‘흔들림 없는 가치(Value)’를 주는 KB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또 “주주환원 강화, 자본비율 관리, RoRWA(위험가중자산수익률) 제고와 함께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은 흔들림 없이 이행하고 일련의 활동들이 고객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금융은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생태계”라고 강조하면서 금융인은 개인이나 회사의 이익이 아닌 고객의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전략 방향으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확립’을 내세웠다. 진 회장은 “지난해 내부통제에 역점을 두고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고객과 사회 눈높이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올해 관리감독평가, 모니터링 전반을 꼼꼼하게 살피고 내부통제를 신한의 핵심 경쟁력으로 확고히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이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도 약속했다. 진 회장은 “고객 관점에서 금융을 바라보며 본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며 “속도는 빠르게, 절차는 간소하게 개선하며 고객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5년, 다시 하나답게’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엄격한 내부통제,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올해 최우선 과제로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 확보’를 내세우면서 “흔들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본연의 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강화하는데 집중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조화롭게 실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서로의 차이를 갈등의 요소가 아닌 다양성의 존중으로 포용해 우리의 강점으로 만들어 온 만큼 어느 한 계열사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기에 그룹 내외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라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뼈아픈 사고로 우리를 믿고 성원한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쳤고, 임직원들 또한 자긍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2025년 경영목표로 ‘신뢰받는 우리금융’을 내세웠다. 내부통제를 혁신하고 핵심경쟁력 강화, 그룹 도약기반 확보를 추진한다.
임 회장은 “모든 영업과 업무 과정에 내부통제가 효율적으로 녹아들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 개인의 윤리의식 제고와 실천 의지, 우리 안에 윤리적 기업문화를 올바르게 정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실 있는 체질 개선을 통해 지금보다 한층 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밝힌 주주, 시장과의 약속도 정교한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관리를 통해 반드시 이행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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