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성과급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가 300% 성과급을 요구하며 6년 만의 파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중이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자장사로 번 돈으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은행권 태도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9년 1월 8일 서울 시내의 한 KB국민은행 지점에 파업에 따른 사과문과 정상영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스1
지난 2019년 1월 8일 서울 시내의 한 KB국민은행 지점에 파업에 따른 사과문과 정상영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스1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과 관련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오후 2시부터 사측과 대표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투표 종료 시각이 가까워지는 상황까지 협상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 노조는 임단협 교섭에 나섰지만, 지난달 말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으나 합의에 또다시 실패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특별보로금(통상임금 300%) 지급 ▲특별격려금(1000만원) 지급 ▲중식대 통상임금 반영 ▲인사제도 태스크포스팀(TFT) 종결 ▲신규채용 확대 ▲원스톱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서 파업이 성사된다면 6년 만의 총파업이 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신입행원 기본급 상한 제한 폐지 및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이유로 총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파업을 이끈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었다.

앞서 지난달 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체불임금 및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첫 단독 총파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떠넘기며 해를 넘기자, 노조 측은 기타공공기관 해제 요구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13일에는 기업은행 노조 소속 전현직 직원이 제기한 임금 소송과 관련, 대법원이 노조가 패소한 항소심을 파기하며 노조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1·2·5·7·9·11월의 첫 영업일에 정기 상여금(600%)을 지급 중인데, 이를 통상임금에 반영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확정했다. 우리은행은 아직 성과급 규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노조 측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을 이유로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연이은 ‘성과급 잔치’에 은행권을 향한 따가운 눈총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과급 규모를 확대하는 은행들의 모습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파업은 법 테두리 안에 있는 정당한 권리지만, 은행권은 금감원과의 카르텔을 형성해 독과점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라며 “은행의 이익은 노력에 의한 것보다는 국가 보호하에 얻은 거라 ‘국민 돈으로 성과급 잔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