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수출 주도 경제를 바꿔야 한다고 일갈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태원 회장 / 뉴스1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태원 회장 / 뉴스1

최태원 회장은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금까지 씨름을 잘해왔던 선수라도 당장 수영을 해서 경쟁하라고 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등으로 인한 국제 질서의 변화를 씨름에서 수영으로 경기 종목과 룰이 바뀌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이는 기존 수출주도형 모델로는 한계가 있으니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글로벌 경제 연대, 수출 주도형 모델의 보완, 내수 확대 등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미국 주도의 관세 인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AI의 빠른 기술적 변화 등의 불안요소가 삼각파도로 다가오고 있다”며 “너무 과도한 통상 압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으로 보면 수출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모델을 바꿔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간 600억달러 수준이었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이 바이든 정부 4년간 1500억달러로 늘어난 것을 들며, 이는 트럼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 압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무역 질서가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주의 체제에서 1대 1 양자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수십년간 활용했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은 현재의 무역 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경제 연대, 해외 투자와 소프트파워 등 대체 모델, 해외 시민 유입 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지금 (세계 경제) 룰을 결정하는 것은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유럽연합(EU) 정도이고 우리는 그 룰을 테이크(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한민국 혼자 국제 질서나 룰을 바꿀만한 힘은 부족하기 때문에 같이 연대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웃에 있는 일본과 같은 나라도 우리보다 사이즈는 더 크고 목소리도 더 크지만 룰을 만들기보다 수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그런 사람들과의 연대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희동 기자 
sonn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