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0.5%를 크게 하회한 것인데 비상 계엄 여파 등의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연간 성장률은 2.0%로 2%대 성장률에 턱걸이 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1%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뉴스1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뉴스1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4분기 성장률은 0.1%로 3분기와 같았다. 지난 11월말 한은 조사국이 전망한 분기 전망치 0.5%의 5분의 1 수준이다.

연간 성장률도 겨우 2%대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과 정부의 전망치를 밑도는 것으로 한은은 작년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지난해 GDP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 정부 역시 지난해 7월 연간 실질 GDP 증가율을 2.2%로 전망한 바 있다.

4분기 성장률이 크게 하락한 배경으로는 비상계엄에 이어 탄핵정국으로 인한 심리 위축이 꼽힌다. 

지난해 1분기 예상보다 높은 수준인 1.3% 성장률을 기록한 후 2분기엔 역성장(-0.2%) 충격을 줬다. 이어 3분기에도 0.1% 회복에 그치는 등 성장 추세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계엄 사태의 후폭풍을 거세게 맞은 셈이다.

4분기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0.2% 증가했다. 의류와 신발 등 준내구재와 의료, 교육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전분기 0.5% 증가에서 증가 폭은 축소됐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를 중심으로 0.5%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건설경기 악화로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3.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장비 등을 중심으로 1.6% 증가했다. 수출은 0.3% 증가, 수입은 0.1% 감소를 기록했다.

성장기여도는 민간이 0.2%포인트, 정부가 0.0%포인트로 조사됐다. 내수는 소비지출(0.2%포인트)이 성장에 기여했지만 총고정자본형성(-0.3%포인트)이 크게 감소해 종합적으로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다. 순수출 기여도는 0.1%포인트로 전분기 -0.8%포인트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연간으로도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등은 축소되고 정부소비, 수출은 증가했다.

민간소비가 1.1% 증가해 1년 전(1.8%)보다 축소됐고, 건설투자는 1.5%에서 -2.7%로 감소 전환했다. 정부소비(1.7%)와 설비투자(1.8%), 수출(6.9%)은 증가폭이 확대됐다.

성장기여도는 순수출이 1.8%포인트로 전체 성장률(2.0%)의 90%를 차지했다. 수출이 2.9% 성장률을 끌어올렸고, 수입이 1.0% 낮췄다. 내수 기여도는 0.2%포인트에 그쳤다. 소비는 0.9%포인트를 나타냈지만 총고정자본형성이 -0.2%포인트, 재고가 –0.5%포인트를 기록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 2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내란 사태 이전(지난해 11월) 예상한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조정을 예고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1.7%로 낮춰 잡았다.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은 다음달 25일 나온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