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에 빗장을 걸고 있다. 설 명절 특수에도 무이자할부 축소, 알짜카드 단종 등 비용절감 움직임이 계속된다. 올해 본업 상황도 녹록치 않을 것이란 판단 하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30일 카드업권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중 6개월 이상 무이자할부를 제공하는 곳은 전무하다.
카드사들은 그간 고객 유치를 위해 유지해 오던 무이자 할부 혜택 기간을 지난 2022년 말부터 대폭 단축했다. 지난해 하반기 2년 만에 6개월 무이자 할부가 부활하는 듯 했지만 이내 자취를 감췄다. 현재 계열사 등 제휴를 맺은 특정가맹점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6개월 무이자할부를 제공하고 있다.
알짜카드 단종도 지속 증가세다. 알짜카드는 연회비가 저렴한 대신 혜택이 풍부한 카드를 말한다. 카드사 입장에선 고객 모집 유치에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비용 부담이 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업카드사 8곳의 2022년 카드 단종 수는 101종에서 2023년 458종, 2024년 595종으로 늘었다. 불과 2년 만에 단종된 카드가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도 카드 단종 소식이 들려온다. 현대카드는 지난 22일 ‘네이버 현대카드’ 발급을 종료했다. 해당 카드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무료 이용, 네이버페이 포인트 최대 10% 적립 등 혜택으로 인기를 끌던 상품이다.
비씨카드도 2월 3일부터 ‘BC 바로 에어플러스 스카이패스’ 카드의 신규·갱신 발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해당 상품은 전월 이용실적과 관계없이 국내외 이용금액 1000원당 스카이패스 1마일리지가 기본 적립되는 카드다. 또 월 누적 이용금액 100만원당 200마일리지를 한도 없이 추가로 적립한다. 통상 전월 실적 대상에서 제외되는 아파트 관리비 등 공과금과 무이자 할부 이용금액도 포함돼 입소문을 타던 카드다.
카드사들은 명절 대목을 맞이해서도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통상 명절에는 영세·중소카드가맹점 보다 가맹점 수수료가 높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의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을 띤다. 그러나 이번 명절 대목에는 장기 수익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한시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해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2007년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2~4.5%였는데, 올해는 0.4~1.45%까지 내려갔다. 2012년 이후 3년마다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적격비용 산정 제도’가 도입되면서 수수료 인하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수수료율이 또 인하되면서 매년 3000억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통상 명절은 전통시장 수요와 함께 백화점 및 대형마트 수요가 크게 늘어나 신용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기 좋은 시기”라며 “그간 명절을 맞아 무이자할부 기간을 늘리는 카드사들이 많았지만, 올해 수익성 악화를 예상해 비용절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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