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주자 엔비디아가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등장에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118.42달러(17만228원)에 마감했다. 전날 대비 16.97% 하락한 것으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시가총액도 2조9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3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뉴스1

이날 시총 감소분은 뉴욕 증시에서 역대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라는 평가다. 엔비디아 시총은 24일보다 5890억달러(846조6875억원) 증발했다. 시총 순위도 1위에서 단번에 3위로 주저앉았다.

중국 딥시크의 등장에 엔비디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이라 평가받던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반도체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투자연구업체 야르데니 리서치는 미국 기술 기업들이 딥시크로부터 더 저렴한 GPU로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엔비디아에게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딥시크의 발전에 따라 엔비디아는 시장 수요 충족을 위해 더 많은 칩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투자자 대상 성명을 통해 “딥시크의 작업은 새로운 모델이 어떻게 생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이는 널리 사용 가능한 모델과 완전한 수출 통제 준수를 충족하는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AI 추론에는 엔비디아 반도체와 고성능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딥시크는 1월 20일 추론 특화 모델 ‘딥시크-R1’을 출시하면서 오픈 AI의 추론 모델인 ‘o1’과 동일한 성능을 가졌다고 밝혔다. 회사가 공개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R1은 미국 수학경시대회인 AIME 2024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R1인 79.8%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는 79.2%의 정확도를 보인 o1을 앞서는 수치다.

지난달에는 ‘챗GPT-4o’와 비슷한 성능을 가진 오픈AI ‘딥시크-V3’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딥시크는 V3를 개발하면서 사전 연구와 실험을 제외하고 모델 훈련에 557만6000달러(79억9800만원)를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메타가 최신 AI 기술을 구축하는 데 투입한 비용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딥시크가 잇달아 놀라운 성능의 모델을 출시하면서 미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딥시크 모델은 테스트-타임 컴퓨팅을 수행하는 추론 오픈 소스 모델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것과 슈퍼컴퓨터 효율성이 인상적이다”며 “우리는 중국의 발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