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이 글로벌 AI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에는 오픈AI, 메타,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패권을 쥐고 있었다면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챗GPT급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경쟁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챗GPT가 생성 AI 시대를 열었다면 딥시크는 저비용 고효율 모델로 AI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미국 중심의 AI 패권을 흔들고 있다.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이다. 창립자는 1985년생 량원펑(梁文锋)이다. 신생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딥시크가 최근 공개한 AI 모델 ‘R1’은 챗GPT, 메타의 라마 등과 비교해도 성능이 비슷하거나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훈련 비용이 약 79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메타가 라마3를 훈련하는 데 든 비용의 10% 수준이며 오픈AI 챗GPT 훈련 비용의 5%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 AI 모델들이 조 단위의 비용을 들여 개발된 것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비용 절감 사례다. 딥시크는 저가형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최적화 기술을 통해 이 같은 비용 절감을 실현했다고 한다. 이는 AI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비용 효율성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시장에 충격을 줬다. 딥시크 R1 모델 공개 이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17% 폭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한국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하락했다.
이 같은 변화에 글로벌 IT 기업들은 빠르게 대응했다. AI 검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퍼플렉시티는 모델 공개 하루 만에 딥시크 R1을 기본 거대언어모델(LLM)로 채택했고 즉각적으로 금융 데이터와 결합한 엔터프라이즈 모델을 출시했다. AWS는 1월말 AI 모델 마켓플레이스인 AWS 베드록에 딥시크 R1을 추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도 동일한 모델을 탑재했다. 구글도 하루 뒤에 같은 서비스를 발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예의 주시할 또 다른 점은 중국 AI 산업의 성장이다. 딥시크의 등장은 이런 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알리바바,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의 대형 기업들은 자체 AI 모델을 상용화하고 있다. 문샷AI, 즈푸AI, 바이촨, 미니맥스 등 신생 AI 스타트업들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딥시크와 함께 ‘중국 AI 5대 천왕’으로 불리며 AI 생태계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비상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 AI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CEO 클레망 들랑은 지난해 “중국의 AI 기술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글로벌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딥시크의 등장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하지만 딥시크의 등장에 미국 정부는 물론 주요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과 달리 우리는 어떠한가.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10여일간의 설연휴도 이제 마무리 됐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AI 시장 대응에 집중해야 할 때다. AI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학계가 협력에 나서야 할 때임은 자명하다.
정부는 AI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중국처럼 오픈소스 AI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선도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윤정 솔루션부장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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