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당국이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를 구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통해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규제를 우회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딥시크는 1월 20일(현지시각) R1이라는 AI 모델을 발표한 기업이다. 딥시크 R1은 미국의 오픈AI, 메타 등 빅테크가 AI 훈련에 사용한 비용의 10% 미만을 들여 비슷한 성능을 내고 있어서다.

반도체 관련 이미지. / 픽사베이
반도체 관련 이미지. / 픽사베이

31일 미 블룸버그에 따르면 익명의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중국에 판매를 금지한 엔비디아 칩을 딥시크가 동남아시아의 중개업체를 통해 구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딥시크는 R1 개발에 사용된 반도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은 2023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할 중간지점이 될 수도 있는 중동 및 동남아 일부 국가 등 40개국도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규제대상국은 아니다. 대신 싱가포르로 칩을 수출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당국은 딥시크가 앞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논문을 통해 엔비디아 칩이 사용됐을 것으로 봤다. 앞서 딥시크는 자사의 다른 AI 모델 ‘V3’을 엔비디아 H800칩 2048개로 훈련했다고 밝혔다. H800칩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성능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은 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으로 별도 제작한 칩이다. 하지만 미국은 2023년 10월 H800도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중국용으로 성능을 더 낮춘 H20칩을 개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겠다면 경쟁하도록 두겠지만 미국 기술로 경쟁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 무역 제한을 집행하는 지위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H20칩도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최근 의회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딥시크 모델은 딥시크가 어떻게든 규제를 피해 대량으로 구입한 엔비디아 칩으로 구동된다”며 “딥시크가 이런 식으로 미국 칩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딥시크, 백악관, FBI는 수출규제 우회설에 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블룸버그에 “딥시크가 미국 정부 규제를 어겼다고 보지 않는다”며 “엔비디아는 파트너사가 모든 관련 법규를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