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첫 개장일인 31일 코스피가 0.8% 하락하며 마감했다. 환율도 1450원대로 다시 뛰어 올랐다. 연휴 기간 쏟아진 대외변수를 한꺼번에 반영한 이날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빠져 나가면서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9.43포인트(0.77%) 하락한 2517.37에 마감했다. 오후 한때 2496.95까지 밀리는 등, 250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장 후반 낙폭을 줄이며 2510선을 회복했다.
하락 주범은 외국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3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9632억원, 1963억원을 순매수하며 장을 받쳤다.
연휴 간 시장을 뒤흔든 가장 큰 이벤트는 중국 저가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등장이다. 딥시크는 저비용 칩으로 챗GPT나 클로드와 같은 기존 AI 모델과 버금가는 성능을 자랑했다. 가성비 면에서 기존 미국 제품들을 능가한다는 평가 속에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 고성능칩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퍼지며 SK하이닉스(-9.86%), 삼성전자(-2.42%), 한미반도체(-6.14%) 등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AI 산업 수혜주로 분류된 효성중공업(-11.71%), 일진전기(-10.21%), HD현대일렉트릭(-7.87%) 등 전력설비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네이버(6.13%)와 카카오(7.27%)와 같은 인터넷 관련주는 급등했다. 저비용으로도 고성능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적은 비용으로 AI 모델이 훈련이 가능할 경우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AI 가속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우려가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5포인트(0.06%) 밀린 728.29에 마감했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큰 폭 하락하며 장을 시작했지만, 오후 들어 우상향하며 약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장비주를 제외한 코스닥 시총 상위주가 대부분 상승했다.
증시 마감 기준 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21.8원 오른 1453.2원에 거래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지난 29일(현지시각)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4.25~4.5%로 유지한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요청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불안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국내에서도 금리인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금리 역전현상이 유지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환율도 좀처럼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손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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