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AI 산업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 플럭스
중국의 AI 산업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 플럭스

중국 인공지능(AI) 산업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딥시크가 GPT-4를 능가하는 성능의 AI 모델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공개하면서 중국 AI 기술력에 대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 등 중국 대표 IT 기업들도 혁신적인 AI 모델을 통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지난 1월 20일 ‘딥시크-V3’와 ‘R1’ 모델을 공개해 충격을 줬다. 특히 딥시크-V3는 100만 토큰당 1위안(약 2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되면서도 22개 벤치마크 중 13개 분야에서 GPT-4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엔비디아 H800 GPU 2000대로 개발돼 557만6000달러(약 81억원)의 저비용으로 GPT-4o 성능을 구현했는데 이는 오픈AI의 GPT-4 개발비(약 1억 달러, 한화 약 1450억원) 대비 1/18 수준이다.

알리바바는 최신 AI 모델 ‘큐원 2.5-맥스(Qwen 2.5-Max)’를 공개하며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이 모델은 20조 토큰 규모의 데이터로 학습되어 텍스트, 이미지, 음성을 통합 처리하는 능력을 자랑한다. ‘MoE(Mixture-of-Experts)’ 아키텍처를 도입해 64개 전문가 모듈 중 필요에 따라 12개만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리소스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알리바바는 큐원 2.5-맥스가 주요 벤치마크에서 GPT-4o와 라마-3.1-405B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바이두는 지난해 7월 ‘어니 4.0 터보(ERNIE 4.0 Turbo)’ 모델을 공개하며 AI 경쟁에 가세했다. 이 모델은 2024년 6월 버전 대비 추론 처리량이 48% 향상돼 복잡한 질의 응답 속도가 크게 개선됐다. 바이두는 올해 상반기에 어니 5.0 출시를 예고하며 추론 효율성 30% 이상 향상, 10개 언어 추가 지원, 화웨이 어센드 910C 칩과의 호환성 강화 등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화웨이의 AI 모델 ‘판구(Pangu) 5.0’은 의료 분야에서 폐암 진단 정확도 94.2%를 기록하는 등 산업 특화 AI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AI의 급성장 배경에는 몇 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 첫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AI 선도국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따라 2025년 1월 중국은행이 1조 위안(약 198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둘째, 오픈소스 생태계 확장이다. 딥시크는 2024년 12월 오픈소스 모델을 공개한 후 2025년 1월 R1 모델을 출시하며 전 세계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알리바바 역시 2025년 1월 큐원 2.5-맥스를 공개하며 허깅페이스에서 월간 150만 건 다운로드를 달성, 글로벌 개발자 유입을 주도하고 있다.

셋째, 알고리즘 혁신을 통한 하드웨어 제약 극복이다. 화웨이의 ‘판구 5.0’은 어센드 910C 칩(A100 대비 성능 80%)으로 4K 동영상 생성이 가능하도록 알고리즘을 최적화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1~2년으로 좁히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개발된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24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망도 밝다. 스태티스타 등 주요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42억달러(약 49조원) 규모인 중국 AI 시장은 2030년 1548억달러(약 22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과제도 남아있다. 3nm 미만 반도체 공정 기술 부재, 메모리 분야 기술 격차, 데이터 독점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이 주요 장애물로 지적된다. 에너지 효율도 문제다. 예를 들어 훈위안-비디오 모델은 1분당 2.4kWh의 전력을 소모한다.

중국은 2025년 글로벌 AI 시장 점유율 28%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AI 굴기가 글로벌 기술 패권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앞으로 AI 경쟁은 하드웨어 성능이 아닌 데이터 활용력과 정책 집행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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