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은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 속에 고배당에 기반한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과 떨어진 자본 비율에 실망한 외국인 매물이 쏟아졌다. 연초부터 주가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삼성화재 자사주 매각으로 시작된 삼성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은 좀 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는 역대급 실적이 발판이 됐다.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의 별도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5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 조선DB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의 별도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5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 조선DB

23일 삼성금융에 따르면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합산 순익은 5조8332억원에 달한다. 계열사별로 보면 ▲삼성생명 2조1068억원 ▲삼성화재 2조736억원 ▲삼성증권 8990억원 ▲삼성카드 6646억원 ▲삼성자산운용 892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합산 당기순이익도 5조20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삼성금융네트웍스의 2022년 별도기준 당기순익 합산액은 2조8301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4조6690억원으로 64.98% 증가했다. 4분기 실적이 반영된 별도 기준 당기순익은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생명은 주당 4500원, 삼성화재는 주당 1만9000원의 배당액을 발표,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삼성 실적은 금융지주 리딩그룹인 KB금융이 지난해 벌어들인 5조782억원을 넘어선 금액이다. 출범 2년 만에 은행없이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을 앞지르는 저력을 보여준 것. 

삼성금융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배경에는 2023년 도입된 회계제도(IFRS17)가 한몫했다. 그동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부채를 원가로 판단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달라진 회계제도로 금리나 시장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보험사 가치가 높아졌다. 여기에 증권과 카드 등 각기 계열사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삼성은 지난 2022년 금융 계열사를 삼성금융네트웍스로 묶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을 한데 모은 통합 브랜드다. 금융지주사에 해당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규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집단이다.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7대 금융복합기업집단 중 하나다. 

삼성금융은 금융권의 새로운 수익구조 변화를 보여줬다. 최대 실적을 거둘 때마다 이자장사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은행권과 달리 보험업을 중심으로 한 가파른 성장세는 삼성금융의 독주를 더욱 부각시켰다.

자산 규모를 앞세운 삼성생명을 필두로 화재, 증권, 카드, 자산운용 모두 성장하면서 금융권에 유의미한 지표를 남겼다. 향후 금융계열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그룹 내 입지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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