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김씨는 ‘서학개미’ 열풍이 분 지난 2023년부터 연금저축 계좌에서 해외 주식형 펀드를 선택해 투자해오고 있다. 배당까지 고려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금저축 계좌는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어, 노후 준비에는 딱이라는 계산이 섰다. 

하지만 최근 연금저축 계좌에서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 시 이중과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황했다. 미국에 배당소득세를 이미 낸 상태에서, 추가로 국내 국세청에 연금소득세까지 내야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모든 해외투자형 펀드에 대한 선(先) 환급, 후(後) 원천징수' 제도가 사라진다. 

기존의 해외 주식형 펀드는 배당이 발생할 경우, 현지에서 15%(미국)의 원천징수세가 자동으로 공제된다. 국세청이 이를 환급해 줬기 때문에 실제 세금 부담이 크지 않았다. 대신 투자자가 펀드를 매도할 때 국내 세율(15.4%)에 맞춰 원천징수를 했다.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21년 납세 편의를 높이는 차원에서 세법 개정을 추진, 올해부터 선 환급 제도를 없앴다. 올해부터는 투자자가 펀드를 매도할 때 국내 세율과 비교해 국내 세율이 더 높으면 차액을 추가 과세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애플(AAPL) 1주를 보유한 투자자가 1000원의 배당을 받은 경우, 선환급없이 한국 세율과 미국에서 이미 납부한 세율의 차이인 0.4%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전체 금액에서는 별차이가 없지만 국내 환급없이 추가 납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문제는 김씨와 같이 연금계좌를 통해 투자한 사람들이다. 기존 투자자들은 배당금에 대해 낸 세금은 환급되기 때문에, 연금을 개시했을 때 연금소득세만(3~5%)가 추가로 납부하면 됐다. 하지만 이 환급 절차가 사라지면서 현지 배당소득세를 낸 상태에서, 연금소득세까지 추가로 내게 됐다.  

정부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해서는 이미 납부한 세금을 따로 집계했다가 만기 때 최종 부과 세금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연금저축 계좌와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대해서는 법 개정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장 구제해 줄 방법이 없다.  

절세 효과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투자 수단을 고민하게 된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계좌(DC·IRP)의 ETF 투자금 중 55.1%가 해외주식형 상품에 투자됐다. 다른 자산군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고, 환금성도 좋아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면서다.

하지만 해외펀드 투자에 대한 이중과세 논란이 확산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이미 월초부터 대표적 배당 투자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7일간 대표적 미국 배당 ETF인 ▲TIGER미국배당다우존스 ▲SOL미국배당다우존스 ▲ACE미국배당다우존스에서는 약 800억원이 빠져나갔다. 

증권사들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안으로 높은 배당을 주는 국내 ETF를 주목하기도 한다. 콜옵션을 판매하는 ‘커버드콜 ETF’역시 개편되는 세법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높은 분배금을 주는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배당 ETF 이탈은 배당형이 아닌 다른 국내 상장 해외 ETF로 유입될 것”이라며 “배당 절세 혜택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나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이연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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