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의 MG손해보험 매각 절차가 지연되는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인수에 필요한 자본을 미리 마련해뒀다며 인수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인수를 중단하겠다는 기존 입장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MG손보 노동조합 반대로 지연되고 있는 실사 작업만 이뤄진다면 빠르게 매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 의지를 풍겼다 / 뉴스1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 의지를 풍겼다 / 뉴스1

21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메리츠금융지주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MG손보 인수에 대비해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3일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당초 15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했지만, 수요예측에서 총 5010억원의 초과 투자 수요를 확보하며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최근 대다수 보험사들은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를 끌어올리는 추세다. 그러나 메리츠화재의 킥스는 당국 권고치 150%를 상회하는 248%를 유지하고 있다.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한 배경에 대해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를 대비한 선제조치라고 밝혔다.

오종원 메리츠금융지주 CRO는 “향후 예정된 할인율 변경과 현재 검토 중인 MG손보 자산 부채 이전을 대비하기 위해 자본 확충을 했다”며 “비록 할인율 변경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고  MG손보 자산 부채 이전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가 추가 확충한 자본 중 MG손보 인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1500억원은 2020년 발행한 후순위채 상환 용도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MG손보 매각 절차는 예보와 MG손보 노조간 법적공방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예보는 지난 12일 우선협상대상자인 메리츠화재와 함께 MG손보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9일 MG손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노조 반대로 두 달 이상 실사를 못 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의 기업가치, 보험계약자에 대한 지급 의무 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실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예보는 실사 지연으로 MG손보의 기업가치가 악화해 기금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보험계약자 124만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매각이 실패할 경우 MG손보를 청산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노조는 이번 매각 절차가 자산이전방식(P&A)으로 이뤄져 대규모 실직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가 실사에 필요한 자료는 민감한 경영정보 및 개인정보 등이 포함돼 제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료 제공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 노조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가운데 결산실적 발표에서 MG손보 매각 관련 언급을 한 것에는 어느정도 함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사실상 인수 의지를 대외적으로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