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채굴’을 내세우며 인기를 끈 가상자산 프로젝트 '파이코인(Pi Network)'이 최근 글로벌 거래소들과 상장과 관련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최근 진행한 파이코인 상장에 대한 이용자 투표 결과, 86%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바이낸스는 "투표 결과가 최종 상장 결정을 보장하지 않으며, 공식적인 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 밝혔다.
파이코인을 출시한 파이 네트워크는 지난 2019년 출범한 가상자산 프로젝트다. 스마트폰 유휴 자원을 이용, 가상자산 파이(Pi)를 비싼 채굴장비 없이도 앱만 켜 놓으면 저렴하게 채굴할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파이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을 여럿 모집하며 이용자들을 끌어 모았다. 파이스토어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파이코인 결제 가능 국내 매장은 92개다.
파이코인은 지난 20일 오케이엑스(OKX) 등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한 때 130% 이상 급등하며 상장가 대비 3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파이코인 상장가는 1달러로, 25일 OKX 기준 개당 1.5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파이코인 프로젝트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제기해 왔다. 초기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참여자를 모집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다단계 방식이었다는 의혹과 더불어,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파이코인을 상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앞서 글로벌 거래소 바이비트 최고경영자인 벤 저우(Ben Zhou)는 “파이 네트워크는 의심스러운 프로젝트로, 이를 상장할 계획이 없다”며 “가상자산 시장에서 문제를 다시 겪고 싶지 않으며 (파이코인과) 거리를 둘 것”이라며 상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중국 경찰은 지난 2023년 파이코인 프로젝트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라고 경고했다. 다만 파이 네트워크 측은 "당시 일부 악의적 이용자들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라며 "파이코인의 신뢰도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 선을 그었다.
프로젝트의 기술력과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파이 네트워크 블록체인의 경우, 비트코인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중앙화된 서버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개발팀이 이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기술적 검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파이 네트워크는 프로젝트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파이코인 시가총액은 14조원 규모로, 시가총액으로만 따지면 전체 가상자산 상위 10위권에 위치한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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