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넷마블을 진두지휘하던 권영식 대표가 3월 7일부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자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가장 힘을 얻는 분석은 그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게임 개발역량 강화에 집중해 넷마블의 올해 비전 달성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앞서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은 지난해 ‘지스타’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단순 흥행이 아니라 플랫폼마다 알맞은 IP 확장 전략을 갖춰 넷마블의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비전을 밝혔다.
11일 넷마블에 따르면 넷마블은 7일 이사회를 열고 ‘전략통’ 김병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각자대표를 맡으며 넷마블의 게임사업을 총괄해 온 권영식 대표는 대표직을 사임했다. 앞으로 그는 넷마블의 경영전략위원회에서 넷마블 산하 개발사 개발역량 강화를 담당하는 한편 넷마블 개발자회사 넷마블네오의 대표직을 유지한다.
넷마블 관계자는 “대외환경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키로 했다”며 “권영식 대표는 경영전략위원회에서 넷마블네오뿐 아니라 산하 개발사의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게임 역량 강화’ 맡은 권영식 전 대표
실제 권영식 전 대표는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맡는다. 넷마블은 모바일에만 집중할 수 없는 산업구조 속에서 잘 만든 IP 하나를 여러 방안으로 활용해야 하는 시대 흐름에 맞춘 게임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 전 대표는 넷마블의 코스피 상장과 적자전환 이후 흑자전환까지 게임을 총괄하며 성과를 냈기 때문에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도 게임 역량 강화를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표이사로 재임하는 동안 세븐나이츠 시리즈, 레이븐 시리즈,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제2의 나라,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 넷마블 흥행작을 만들어 왔다.
권 전 대표는 2월 13일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넷마블 신작 라인업은 장르를 다양화한다, 플랫폼을 다변화한다, 글로벌을 중심으로 서비스한다는 방향성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올해 넷마블은 특정 게임에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게임에 집중해서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IP 확장·활용 성과 필요한 넷마블 사업구조
권영식 전 대표는 사임 후에도 넷마블 비전 달성을 위해 게임 역량 강화에 주력한다. 넷마블의 비전은 방준혁 의장이 지난해 지스타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밝힌 ‘2025년 넷마블 재도약’이다. 방 의장은 지난해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와 ‘레이븐2’ 등 신작 게임이 연달아 흥행하며 2024년 연간 영업이익 215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음에도 부족하다고 봤다.
방 의장의 ‘넷마블 재도약’은 개발은 빠르게, 콘텐츠는 경쟁력 있게, 출시는 알맞은 시기(적기)에 하자는 전략이다. 여기에 방 의장이 지난해 지스타에서 밝힌 멀티플랫폼 전략과 트랜스미디어를 통한 IP 확장을 더하면 넷마블의 비전이 되는 셈이다.
적절한 시점에 다양한 플랫폼으로 IP를 확장해야 하는 이유는 넷마블의 재무구조 특징 때문이다. 넷마블 게임 포트폴리오에는 외부 IP가 많다. 흥행하더라도 그 수익이 다 넷마블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급 수수료(IP 로열티)가 높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도 웹소설·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라는 원작이 따로 있다. 하나의 IP를 다양하게 확장·활용하면서 최대한의 수익을 내야 흑자를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실제 넷마블이 매출 규모 대비 영업이익이 적은 원인으로 꼽힌다.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은 2조6638억원으로 크래프톤의 연매출 2조7098억원과 비슷하다. 연간 영업이익은 넷마블 2156억원, 크래프톤 1조1825억원이다. 배틀그라운드 IP를 보유한 크래프톤이 넷마블보다 영업이익이 5.5배쯤 많다.
방준혁 의장은 지난해 11월 14일 5년 만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4’ 현장을 찾아 “요즘 나오는 게임 개발사는 개발 중인 게임의 70~80%를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개발한다”며 “또 기존 IP 및 세계관을 새로운 스토리, 새로운 플랫폼과 연동해 이용자 접근성을 넓히는 트랜스미디어는 미디어의 한계를 벗어날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넷마블이 앞으로 준비할 게임도 트랜스미디어 전략에 따라 내부 IP와 글로벌에서 통용될 좋은 IP를 새로운 스토리와 플랫폼에 연동해 출시하고자 한다”며 “게임별 장르, 게임성, 타깃층, 타깃 시장 등에 따라 멀티플랫폼 전략을 달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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