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 신용대출 금리는 1% 포인트 넘게 하락했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이 고신용자 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펼친 탓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신용등급 700점 이하 중저신용자 대출이 한 건도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뉴스1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뉴스1

12일 은행연합회 대출 금리 공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8개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개인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4.90%로 전년 동월 대비 1.02%포인트 떨어졌다.

개인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4.86%를 기록했다. 농협은행이 4.87%로 그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4.88%, 4.89%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전년 보다 0.56%포인트 떨어진 4.9%를 기록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4.91%를 기록했고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4.92%, 4.93%였다.

1년 전과 비교해 금리 낙폭이 가장 큰 곳은 토스뱅크다. 토스뱅크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년 사이 1.46%포인트 낮아졌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1.40%포인트, 케이뱅크가 1.34%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 금리도 1.27%포인트 떨어졌고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0.92%포인트, 0.56%포인트 내렸다. 이어 우리은행 0.51%포인트, 신한은행 0.38%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금리가 하락한 것은 지난 1년간 시장 금리가 내려와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까지 총 세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다.

다만 건전성 관리 등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금리는 내려왔지만 대출 문턱은 높아진 셈이다. 8개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한 개인 차주의 신용점수(KCB기준) 평균 926점으로 나타났다. 1년전 916점보다 10점이나 올랐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편차가 컸다. 케이뱅크의 경우 700점 이하의 차주에겐 대출이 1건도 실행되지 않았다.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것도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영업을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평균 신용점수를 보면 1년 전 894점에서 928점으로 34점이나 올랐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8개 은행 가운데 중저신용자에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용점수가 85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 금리는 4.98%~6.28% 수준이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펼쳐온 중저신용자대출 특판 효과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역시 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를 보면 887점에서 929점으로 42점이나 높아졌다.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 역시 평균 신용점수가 모두 높아졌다. 국민은행은 전년 보다 18점 높아졌고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신한은행이 각각 7점, 6점, 4점 올랐다.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40점 낮아졌다. 

이는 대출 금리는 내려가고 있지만 연체율과 자본비율 등을 건전성 지표를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이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 소속)은 “은행들이 리스크가 적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영업을 펼치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차주에 대출 절벽이 생겨서는 안된다”며 “인터넷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맞추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제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대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4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역할을 다시 점검하는 등 영업 행태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