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한국의 경우 하드웨어는 ‘추격자’의 위치다. 실질적으로 국가경쟁력 확보에는 지적재산권(IP)이 필요하고 이를 기점으로 특허와 표준화가 돼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부분으로는 알고리즘과 미들웨어를 꼽는다.”

오리엔텀 대표로 한국양자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방승현 회장은 IT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팅 시대에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와 같이 제시했다. 양자컴퓨팅 생태계는 어느 한 기업이 모두 할 수 없는 만큼 국가와 기업, 학계 등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양자 산업 생태계 확대를 위해 출범한 ‘한국양자산업협회’는 85개 회원사를 확보하고 올 4월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방 회장은 양자 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 6월 개최될 ‘퀀텀코리아 2025’에서 해외 협단체들과의 협력을 논의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한국양자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방승현 오리엔텀 대표 / 권용만 기자
한국양자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방승현 오리엔텀 대표 / 권용만 기자

양자컴퓨터는 아직 초기, 2030년 ‘100만 큐빗’ 도약 기대

방승현 회장은 현재의 양자컴퓨터에 대해 “양자컴퓨터는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향후 5년~6년 정도면 충분히 의미 있고 산업적인 실용성을 갖춘 플랫폼과 응용 애플리케이션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가 빨리 도입될 수 있는 분야로는 금융과 화학 등을 꼽았다. 특히 화학은 연구를 도와주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수십~수백 큐빗 정도 규모로 만들어지고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각 방식들의 특성은 양자컴퓨터의 대중화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방승현 회장은 이에 대해 “지금의 양자컴퓨터는 새로운 양자컴퓨터의 새로운 재료를 찾아 줄 도구가 될 것으로 본다. 대표적으로는 상온초전도체가 등장하면 양자컴퓨터의 판도가 달라질 것인데,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상온초전도체를 찾는 여정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수십~수백 큐빗 정도 규모의 시스템이 나오지만 2030년을 전후해서 ‘100만 큐빗’을 목표로 내세운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100만 큐빗 양자컴퓨터 등장은 양자컴퓨팅 업계의 도약 기회로, 실용적 양자컴퓨터의 등장이 기대된다. 방승현 회장은 이에 대해 “현재 5개 정도의 기업이 향후 5년~6년 정도에 100만 큐빗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들간 경쟁이 촉매 역할을 하면서 양자컴퓨터는 더 실용성 있게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향후에도 기존의 전통적 슈퍼컴퓨터와 함께 사용되며 ‘보완’의 관계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에는 국내외 기업들도 자체적인 양자컴퓨터 도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방승현 대표는 “2030년대 국내 양자컴퓨터 시장도 수천대 규모 정도로 본다. 특히 데이터 관련 규제가 있는 산업군이나 특정 데이터 보호가 필요한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양자컴퓨터를 설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국내도 본격적인 양자 시대 시작, 정부 지원이 마중물 돼야

방승현 회장은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팅’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시기로 ‘2019년’을 꼽았다. 당시에는 구글이 양자컴퓨터의 능력이 기존 슈퍼컴퓨터를 넘어섰다는 ‘양자 우위’를 제시했던 때이기도 하다. 방 회장은 이 시기 업계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사비로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생태계 구성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양자산업협회’도 출범했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 이후 서류 절차가 진행 중이고, 4월쯤에 총회를 여는 것이 목표다. 2월말 기준으로 85개 회원사가 참여했다. 올해 중 100개 회원사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든 민간 스타트업들의 고민은 ‘자금’이고 이는 양자 시대에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막 시작 단계인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정부 지원 사업은 당장 수익 창출이 어렵더라도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방승현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정부 과제의 경우 인프라 등 현실적인 문제로 학계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라며 “현재 국가 예산 지원의 경우 부처간 균형 문제 등으로 현실과는 다른 비중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 투자는 산업 육성의 마중물로 의미가 있다. 정부가 산업계에 수요처 연결 지원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민간 투자를 위해서는 매출이 필요한데, 정부 과제는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 정부 과제를 매출로 처리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 또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시했다. 이 외에도 과제 완성에 기업의 지적재산권(IP)이 들어가더라도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정부 소유로 가는 부분도 상호간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산업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겪을 어려움 또한 양자컴퓨팅은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방승현 회장은 “양자컴퓨팅에서 ‘데스 밸리’는 없을 것이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측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투자의 대부분이 국가 지원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전 세계적으로 양자 생태계는 건강하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많은 회사들이 고민하고 있고 결과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전을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도 양자 투자는 줄지 않았고 올해는 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각 국가별로 육성을 위한 이니셔티브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양자 관련 투자에 민간 자본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밴처 캐피탈이 참여하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양자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방승현 오리엔텀 대표 / 권용만 기자
한국양자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방승현 오리엔텀 대표 / 권용만 기자

한국이 우위 가질 수 있는 부분 ‘알고리즘’, 스타트업에도 기회 있어

방승현 회장은 한국이 집중해야 할 부분으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특히 ‘미들웨어’를 꼽았다. 방승현 회장은 “우리는 하드웨어에 있어 ‘추격형’이다. 실질적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IP가 필요하며 이를 기점으로 특허가 나오고 표준화가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이 부분에서 우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미들웨어’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도 될 수 있고, 장치도 될 수 있다. 회로와 제어, 에러보정, 컴파일러 등의 요소를 갖춘 미들웨어는 아직 아무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들웨어에서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을 우리가 맡고, 프레임워크나 하이브리드 쪽, 제어 지점 관련은 타 업체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렇게 풀 스택이 나오면 이에 맞는 칩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안에서 특허와 표준화가 나올 수 있을 것이며, 국가 경쟁력도 여기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풀스택 미들웨어’ 구성을 위해 다양한 해외 업체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풀스택 미들웨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하나의 알고리즘이나 플랫폼을 어떤 양자컴퓨터에서도 서비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승현 회장은 “이러한 여정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민간 투자와 협력에 있어 몇몇 부분은 국내에 높은 역량을 가진 대기업이 과감히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향후 양자컴퓨팅 시장에서 ‘양자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쪽을 포함해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하드웨어’ 부분은 추격자의 입장이지만 손을 놓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방승현 회장은 “기술이 부족해도 우리의 경쟁력을 가진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시도하고 있는 하드웨어 개발은 이런 부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경쟁력 또한 하드웨어를 많이 쓸 수 있어야 성장한다. 지금은 실제 머신을 쓰기에는 비용 문제가 있어 시뮬레이터로 대응하고 있다. 물리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양자컴퓨터를 많이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여러 알고리즘을 실제 써 봐야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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