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 또 다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치권 눈에 들어왔나 보다. 여야 정치인들이 온갖 이름으로 정책 세미나를 열며 마치 관심대상이었다는 듯 떠들어 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 당시 쏟아낸 가상자산 관련 공약도 대부분 손도 대지 못한 상태에서 여야가 ‘표심잡기용’ 전략적 행동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민당정 간담회 / 사진 = 뉴스1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민당정 간담회 / 사진 = 뉴스1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가상자산 투자자인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가상자산 관련 정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이달 당차원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세미나를 열고 업계 및 당국과 논의를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백악관에서 가상자산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비트코인(BTC)을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대비책 마련에 뛰어든 것이다. 

백악관 가상자산 서밋이 진행되기 전일인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국회에서 ‘트럼프 2.0 크립토 금융시대, 대한민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민주당은 구체적으로는 STO(증권형토큰공개) 제도화와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이날 김민석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 가상자산 정책 기조에 대응해 우리나라의 외환 전략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해 다양한 공약이 있었지만, 구체화한 정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역시 이튿날인 지난 7일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자산 2단계 기본법 제정 및 STO제도 정비,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비트코인의 외환보유고 편입 등을 검토하겠다 밝혔다. 

하지만 양당의 적극적 선언에도 가상자산 업계의 반응은 시들하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공약이 연이어 제시됐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것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총선에서 양당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공약으로 공통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발행 및 거래 허용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추진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블루 리스트’제도 도입 등 가상자산 조건부 발행 검토 ▲STO 법제화 신속 추진을,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발행 단계적 허용 과세 시행 연기 검토 등을 언급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실제 추진된 것은 그나마 가상자산 과세 연기 뿐이지 않느냐"며 "STO법제화만 해도 여야에서 이미 모두 법안을 발의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이후 새로운 법안이 상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여야가 이번에 제시하는 안 역시 실현될 가능성 역시 높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비트코인의 외환보유고 편입의 경우 외국환거래법 개정과 회계기준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내 차기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여야는 조기 대선 채비를 잠시 멈춘 상태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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