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생태계는 일반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말 그대로 가상의 세계로 여겨진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현실의 날씨, 정치, 스포츠 경기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록체인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일 뿐이며, 외부 세계의 개입 없이는 어떠한 정보도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달러 가치가 변하더라도, 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직접 반영하지 않으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가격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즉, 블록체인은 외부 데이터를 스스로 인식할 수 없는 폐쇄적인 시스템이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레드스톤과 같은 '오라클(Oracle)' 서비스다. 오라클은 블록체인과 현실 세계를 연결해 외부 데이터를 가져오고, 이를 스마트 컨트랙트가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확장되고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면서 오라클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기업 이름인 오라클과 혼동해선 안된다. 
 

탈중앙화 생태계의 확장…신뢰할 수 있는 ‘오라클’이 필요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오라클 서비스 레드스톤(Redstone)의 가상자산 레드스톤(RED)이 지난 7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됐다. 앞서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와 바이비트 역시 각각 지난 5일과 6일 레드스톤을 상장한 바 있다. 

레드스톤은 디파이(Defi) 생태계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오라클(Oracle) 서비스 제공업체다. 현재 대표적인 오라클은 최초의 오라클이자 가상자산 시가총액 13위에 자리하고 있는 체인링크(Chainlink)와 피스네트워크(PYTH) 등이 있다. 

오라클이란 고대 그리스에서 신의 응답, 예언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사람이 판단할 수 없는 문제, 혹은 정보에 대해 신이 신탁을 통해 해답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생태계의 오라클 역시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은 바깥세상, 즉 오프체인(Offchain)의 정보를 직접 가져와서 적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탈중앙화 거래소들의 경우, 블록체인 밖 거래소인 중앙화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나 업비트(Upbit)로부터 이들의 가격 정보를 받아오지 않으면 각 가상자산의 가격을 알지 못해 시스템이 굴러갈 수 없다. 

기존 디파이 서비스들은 각자가 알아서 바깥의 데이터를 가져와 사용하는 방식을 썼다. 그러나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탈중앙화 생태계가  크게 팽창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무분별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다 보니 검증할 수 없는 데이터를 사용했고, 이에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 역시 점차 늘어났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자가 필요해진 것이다. 최초의 오라클인 체인링크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오라클 서비스는 마치 ‘신탁’과 같이 신뢰할 수 있는 외부의 정보를 걸러 블록체인 생태계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실시간 거래되는 가격 정보와 더불어 주가, 금 가격 등 데이터를 수집해  탈중앙화 시스템이 블록체인 바깥 세상과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듈러’ 모델로 구 버전 오라클 단점 극복

레드스톤은 빠르게 성장하는 탈중앙화 생태계에서 새로운 오라클 모델을 도입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존의 오라클 서비스들이 외부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오라클이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업로드해 놓는 ‘푸시(push)’ 모델과,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가져오는 ‘풀(pull)’모델이다.

최초의 오라클인 체인링크는 푸시 모델을 사용한다. 푸시 모델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필요하지 않는 데이터로 인해 가스비(수수료)가 많이 나온다. 반면 풀 모델은 정보가 필요할 때만 데이터를 호출해 불필요한 비용이 들지 않지만, 실시간 조회는 힘들다는 단점을 가진다.

레드스톤에서 데이터가 올라가는 작동 구조 / 사진 = 레드스톤
레드스톤에서 데이터가 올라가는 작동 구조 / 사진 = 레드스톤

레드스톤은 이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해 프로젝트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맞춤형으로 정보를 가져오는 ‘모듈러’ 모델을 도입했다. 레드스톤 오라클을 사용하는 탈중앙화 프로젝트는 가격, NFT(대체불가능토큰), 실물자산 등 오라클을 구성하는 정보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푸시 방식과 풀 방식 중 사용자가 자신들의 서비스에 맞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받을 수도 있다. 

현재 레드스톤이 가져오는 데이터 소스는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바이빗 등 중앙화 거래소와 유니스왑, 스시스왑 등 탈중앙화 거래소, 코인게코, 코인마켓캡 등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등이다. 

이번에 상장된 레드스톤 토큰(RED)는 레드스톤 오라클의 데이터 제공자들의 보상으로 사용되거나 네트워크 수수료 지불 용도로 쓰인다. 레드스톤의 총 공급량은 10억개이며, 초기 투자자들에게 31.7% 생태계에 28.3%, 핵심 기여자에게 20%가 분배된다. 

원재연 기자
wonajeye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