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회생신청 직전인 지난 2월 단기자금조달로 발행한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등의 규모가 최근 2년새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채권을 발행했는지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신영증권이 주관한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518억원으로 최근 2년간 월별 기준 가장 컸다.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홈플러스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1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신영증권이 주관한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518억원으로 최근 2년간 월별 기준 가장 컸다.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홈플러스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1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신영증권의 2023∼2025년 월별 홈플러스 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 현황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5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2년간 월별 기준 가장 큰 규모다.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은 신영증권이 단독 주관해 투자자와 다른 증권사에 판매했다. 지난해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은 1조374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 늘었다. 작년 11월 1107억원, 12월 1128억원, 올해 1월 1373억원 빠르게 늘어나다가 2월 151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CP 및 전자단기사채 발행도 BNK투자증권, 한양증권, DS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과 함께 주관했으나 신영증권의 주관 발행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신영증권의 CP·단기사채 주관 발행은 4395억원으로 1년전 2215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규모도 1630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 819억원보다 두 배 큰 규모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전단채 규모는 약 2000억원,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신영증권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 채권을 발행해왔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2곳 대상 검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평정을 신용평가사에서 전달받은 지난달 25일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해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된 뒤 이달 4일 자정께 기습적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인영 의원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채권 발행을 요청했거나 실행했다면 이는 투자자 기만행위로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카드매입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만큼 MBK와 홈플러스가 사전에 재고를 확보하며 기업회생을 준비한 정황이 있다면 이에 대한 진상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