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탄탄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뿐 아니라 외국인 주주의 높은 찬성을 기반으로 3년 임기를 시작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카드 본사 전경 /하나금융그룹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카드 본사 전경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사옥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함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함 회장의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영업통’으로 꼽히는 함 회장은 지난 3년간 하나금융 실적 성장을 통해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역시 그를 단독 후보로 추천하면서 “통합 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거쳐 지난 3년간 그룹 회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리스크관리와 ESG 경영을 바탕으로 그룹 성장을 이끌어온 함영주 현 회장이 최고 적임자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취임 첫 해인 2022년 당기순이익 3조5706억원, 2023년엔 3조4516억원, 지난해엔 역대 최대 실적인 3조738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당기순익이 감소한 것은 충당금 확대와 민생금융 지원 등 일회 비용이 크게 증가한 영향을 받았지만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함 회장 2기 체제에선 글로벌 사업 확대 등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함 회장은 연임 결정 이후 “손님과 주주들로부터 중차대한 소임을 부여받았다”며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업영역 확장과 더불어 기술혁신과 미래금융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우선 하나금융은 올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주요 지점 강화는 물론 폴란드에 새로운 지점을 설립한다. 인도 지역에 2개의 지점(뭄바이, 데바나할리)을 추가 개점할 계획이다. 미주,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은 투자금융(IB) 및 기업금융 강화를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꾀한다는 복안이다. 미국과 경제 고성장이 기대되는 인도‧인도네시아 지역은 리테일 금융 기반을 다진다. 

은행에 편중된 글로벌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균형 있는 그룹 글로벌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나선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소재 비은행 국외자회사인 Hana Asset Management Asia(자산운용업), Sirmas Hana Finance(할부/소매 금융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인수합병(M&A)에 시동을 걸지는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비은행계열사 인수 등에 나설 것으로 봤지만 함 회장은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해외 IR 행사에 참여한 그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관심이 큰 것은 맞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의 원칙을 갖고 할 것”이라며 “단순히 외형 성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M&A가 아닌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수익이 나는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룹의 기초체력을 높이고 향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올 초 신년사에서도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M&A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개별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효과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하나금융은 하나카드와 증권,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포함한 14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를 보더라도 M&A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당장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M&A 검토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