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부당대출, 노사 갈등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린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26일 김성태 은행장은 서울 기업은행본점 15층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해 전날 발표된 금융감독원 부당대출 감사 결과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했다. 주총장에는 최근 임금협상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노조가 참석해 피켓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사 갈등과 내부통제 실패가 동시다발적으로 표출된 자리였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현장검사 과정에서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 전현직 임직원과 그 배우자, 친인척 등이 연루됐고, 이들이 토지 매입이나 공사비, 미분양 상가 관련으로 모두 58건, 882억원 상당의 부당대출이 이뤄진 정황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은 비위 사실을 알고서도 조직적 은폐에 가담하면서 제대로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0월경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사고를 인지했지만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 검사 중이던 1월에는 특정 부서 직원들이 자체 조사 자료와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내부 부당대출을 알고서도 묵인한 사실이 밝혀지자 김성태 행장은 주총장에 참석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성태 은행장은 "이번 사건으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조는 이날 정기주총에 앞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노조는 사측과 임금 협상을 두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창사 이래 최초로 총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주주총회 현장 영상 / 전대현 기자
이날 노조는 기업은행이 주주총회를 거쳐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에 5000억원 규모의 역대 최고 배당액을 배정하기로 했다며 날을 세웠다. 이에 반발해 기자회견과 함께 주총 현장에 노조원들을 들여보냈다. 노조원들은 주총 현장에 피켓을 들고 진입해 이사회 의결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최근 노사는 임금 협상뿐아니라 경영 목표치를 두고도 지속 마찰을 빚고 있다. 노조는 앞서 사측이 제시한 경영 목표치가 과도하다며 행장실 점거와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는 임금협상을 두고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기업은행 내부에 균열음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는 체불임금 때문에 총파업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와 경영진이 자기 배만 채우고 있어 당장 쫓겨나도 할 말이 없다"며 "부당대출과 관련한 금감원 감사 결과에 대한 노조 입장도 추가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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