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만나 협업 관계 구축을 돈독히 했다. 양사 수장은 26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데이터센터 사업 협력 강화, 인도 시장에서의 협력 등을 주제로 구체화된 논의를 했다. LG전자는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 시너지 강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MS와 파트너십 강화를 계기로 향후 LG전자가 힘을 싣고 있는 양자컴퓨팅, 전장 등 신사업 분야까지 폭넓게 협업 관계를 넓힐 지 여부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AI·데이터센터 등 실질적 협력안 모색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는 '마이크로소프트 투어 인 서울' 행사를 위해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데이터센터 협업, 인도 시장 협력 등을 논의했다.
데이터센터 협업은 올해 1월보다 구체화됐다. 앞서 LG전자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MS와 AI 에이전트 공동개발을 비롯해 MS의 데이터센터에 칠러(초대형 냉방) 공급 계획을 밝혔다.
이번 논의에서는 MS가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에 LG전자의 빌딩 에너지 관리 기능과 LG에너지솔루션의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 LG CNS의 운영 노하우를 통합해 LG전자가 공급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양사간 계약이 체결되고, MS의 데이터센터 설립이 마무리되면 LG전자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등으로 매출 확대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터보 칠러 시장에서 국내 1위, 글로벌 5위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MS 협업을 계기로 시너지가 창출되면 LG전자의 추가 고객사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조 사장은 지난해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탑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 목표 제시했다.
주력 사업인 가전 사업과 시너지 확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조주완 CEO는 나델리 CEO를 만나 MS 애저 오픈AI와 빙 검색을 탑재한 이동형 홈 허브 AI 에이전트(프로젝트명 Q9)를 소개했다.
Q9은 자율 주행 기술과 음성∙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멀티모달 센싱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집안 가전과 IoT 기기를 유기적으로 연결∙제어한다. LG전자는 그간 개별 제품 단위로 해오던 AI 관련 파트너십을 AI홈부터 모빌리티, 커머셜 등으로 범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조 사장은 나델라 CEO에게 인도 법인의 협업 시너지를 어필하기도 했다. 현재 LG전자는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추진 등 인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부분도 힘쓰고 있다. LG전자는 MS의 인도 현지 인프라와 연구개발(R&D) 인재를 활용한 AI 기반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양자컴·전장으로 파트너십 확대 가능성도
일각에선 향후 양자컴퓨팅, 전장사업으로 파트너십 확대 가능성도 내다봤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보다 더 많은 양을 더 빠르게 계산해 어려운 문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 자동차, 화학, 의료, 물류,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LG전자는 양자컴퓨팅이 빅데이터, 커넥티드 카, 로봇 등 미래 사업을 위한 다양한 영역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양자컴퓨팅이 향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 보고 네덜란드 큐앤코, 미국 IBM 등과 협력하고 있다. MS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다양한 전략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2월 선보인 '마요라나 1'이라는 새로운 양자컴퓨팅 칩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
전장 부문에서의 시너지 확대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인 텔레매틱스·내비게이션·디스플레이부터 스마트카와 모빌리티 솔루션 등 신사업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자컴퓨팅 관련해선 조 사장이 2월 나델라 MS CEO에게 전략적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했다"며 "MS와 AI 에이전트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면 향후 전장 사업까지 파트너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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