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79개 회원사 가운데 76개(96%) 저축은행의 찬성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중앙회장 연임은 36년만으로 민간 출신으로는 첫 사례다. 저축은행 업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기대도 크지만 업황 개선과 규제 완화 등 현안 과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3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한재희 기자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3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한재희 기자

저축은행중앙회는 31일 오전 11시 은행회관 16층 뱅커스클럽에서 각 회원사 대표 전원(79명)이 모인 가운데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오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찬성표는 76표로 ‘출석 회원의 3분의 2 이상 득표’ 조건을 한참 웃돌았다.

이날 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36년 만에 연임 중앙회장이 탄생했다.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역대 중앙회장 중 연임에 성공한 이는 2·3대 최병일, 5·6대 명동근 전 회장 2명뿐이다. 민간 회장은 곽후섭(10대), 이순우(17대) 뿐이다. 이들은 각각 한남신용금고 사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업계 출신 연임으로는 오 회장이 유일하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79개 저축은행 대표는 오 회장의 풍부한 금융경험과 업권에 대한 깊은 이해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 회장은 “회원사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안이 많아 어깨가 무겁지만, 소통을 강화하고 더 열심히 해서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업황‧부실 개선 속도 더뎌… 신뢰 회복 과제

업계의 기대가 큰 만큼 오 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당장 업계 건전성 회복이 문제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4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고, 연체율은 8.52%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대비 4.79%포인트 뛰어 오른 12.81%로 집계됐다.

개별 저축은행의 건전성 회복도 더딘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페퍼·우리·솔브레인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고 상상인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이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바 있다.

부동산 PF 부실 털기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PF 시장 역시 회복이 요원하다. 금융당국이 경공매 플랫폼을 만들어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있지만 10번 이상 유찰된 사례도 있다. 오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실적 설명회에서 부동산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은행보다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져 부실 PF 경공매 속도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오 회장은 3년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전략을 ▲자산 건전화 ▲저축은행 역할 확대 ▲규제 완화 ▲차세대 전산 시스템 등으로 꼽으며 “부실 채권 매각과 정상화 펀드 조성 등에 있어 시장에서의 가격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 수요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국과 협조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점 과제는 무수익 자산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대출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공동매각 지원을 위한 정상화 펀드 조성, NPL 회사 설립 등 자산건전성 제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M&A‧예보료율 규제 완화, 오 회장이 해결사 될까

예금보험료율(예보율) 조정은 저축은행 업계의 숙원이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타업권 대비 높은 예보료를 내고 있어서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현재 예보료를 납부하는 부보금융회사별 보험료율은 은행 0.08%, 보험·금융투자사 0.15%, 저축은행 0.4%다. 

역대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취임 일성으로 ‘예보료율 완화’를 외쳤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오 회장 역시 오 회장은 “예보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 만큼 예보기금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저축은행업계는 예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예보기금 조성방안 마련이 올해 중앙회가 해야할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보료율 조정은 힘들 것이란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예보가 투입한 공적자금 27조2000억원이 완전히 회수되지 않았다. 예보가 저축은행 지원을 위해 만든 ‘상호저축은행 특별계정’의 기한은 2026년까지다. 예보에 따르면 기한 종료 후에도 2~3조의 부채가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채는 다른 금융회사에서 거둬들인 예보료로 갚아야 한다. 

오 회장은 “예보율이 높으면 조달 원가가 높아져 서민들 입장에선 대출이자에 가산이 되는 것”이라며 “기간이 걸리더라도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으로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닌, 높은 것을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M&A 규제 완화에도 집중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M&A 규제를 완화했지만 중장기적으로 M&A 완전 자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오 회장은 “현재는 부실이 있어야만 수도권 저축은행을 팔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2년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평가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을 통해 부실(우려) 저축은행 기준을 적기시정조치 전 단계인 ‘경영실태평가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로 확대하고 ‘그레이존 편입(우려)’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면제해 금융지주회사의 저축은행 M&A 유인을 제고하기로 했다. 다만 규제 완화 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다.

한편 오 회장은 1960년생으로 유진증권과 HSBC 은행을 거쳐 지난 2012년부터 6년 간 아주저축은행 대표를 지냈다. 2017년 아주캐피탈 대표이사를 거처 2018년부터 하나저축은행 대표를 맡았다. 2022년 중앙회장에 당선됐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