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정식 출시 한 달 만에 신규 앱 설치 수에서 중국 테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테무가 2023년 9월부터 유지해 온 1위 자리를 네이버가 탈환했다. 하지만 AI 쇼핑 앱이라는 이름과 달리 정작 AI가 쇼핑 경험에 영향을 줄 만큼 고도화되진 않은 모양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 네이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 네이버

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284만건의 신규 설치 수를 기록하며 국내 이커머스앱 1위에 올랐다. 2023년 9월부터 월간 신규 설치 수 1위를 유지해 온 테무는 116만건으로 2위로 내려갔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4월 1일에도 11만건 이상 설치되며 3만건쯤 설치된 테무를 앞질렀다.

문제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AI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AI 쇼핑 앱’으로 소개한 만큼 서비스에서 AI를 체감하는 건 중요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초록색 쿠팡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AI는 AI 쇼핑 가이드와 상품 추천 알고리즘 정도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상품 추천 알고리즘은 AI가 직접 대화형 추천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체감이 어렵다. AI 쇼핑 가이드는 노트북, 휴대폰, 냉장고, 에어컨 등 전자제품군 일부에만 적용된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이용자의 쇼핑 경험에 AI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야 하는 서비스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네이버의 AI 사업전략 ‘온서비스 AI’를 처음 적용한 서비스라서다. 온서비스 AI는 네이버의 서비스에 AI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을 말한다.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를 검색한 왼쪽 화면은 AI 쇼핑 가이드가 노출되지 않는다. 무선마우스를 검색한 오른쪽 화면은 AI 쇼핑 가이드가 쇼핑 키워드를 추천하고 키워드를 설명해준다. /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갈무리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를 검색한 왼쪽 화면은 AI 쇼핑 가이드가 노출되지 않는다. 무선마우스를 검색한 오른쪽 화면은 AI 쇼핑 가이드가 쇼핑 키워드를 추천하고 키워드를 설명해준다. /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갈무리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카카오가 베타 서비스 중인 챗봇 ‘AI 메이트 쇼핑’도 제공하는 대화형 추천 기능도 없다. 카카오 AI 메이트 쇼핑은 카카오톡 챗봇 채널에 질문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서 추천하고 추천 이유도 설명한다.

만약 사용자가 추천받은 5가지 상품 중 가장 가벼운 상품을 문의하면 구체적인 무게를 파악하고 가장 가벼운 상품이 몇 그램(g)인지 설명한다. 반면 네이버 AI 쇼핑 키워드는 말 그대로 ‘키워드’ 추천에서 그친다. 하단 상품목록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AI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플러스 스토어에 적용할 AI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비스화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AI 추천 기능이 특정 카테고리에만 적용되거나 노출 빈도, 정확성이 낮은 점을 보면 아직 내부에서 AB테스트 등 기능 고도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B테스트는 같은 기능을 사용자 집단에 따라 다르게 노출해 사용성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톡 AI 메이트 쇼핑에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와 무선 마우스를 추천받는 모습. / AI 메이트 쇼핑 갈무리
카카오톡 AI 메이트 쇼핑에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와 무선 마우스를 추천받는 모습. / AI 메이트 쇼핑 갈무리

네이버는 이를 아직 AI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꺼번에 네이버 AI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하면 사용자가 적응하면서 불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쇼핑 가이드는 현재 디지털 가전 카테고리 일부에만 적용된 베타 기능이 맞다”며 “AI 개인화 추천은 네이버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를 갑자기 확 개편해버리면 사용자 경험(UX)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존과 비슷하면서도 하나씩, 조금씩 변화를 주는 과정이다”라며 “전반적인 AI 기능이 점차 고도화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