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자금 확보 논란을 겪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하고 미래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논란 해소에 나섰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 총수 일가 보유지분 100%인 한화에너지에 흘러간 1조3000억원을 회수하기로 하면서 논란의 핵심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미래 비전 설명회’를 열고 중장기 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는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안병철 사장은 이날 직접 발표에 나서 4년간 총 11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연간 매출액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안 사장은 “2024년말 한화오션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 회사로 편입된 만큼 올해 매출 목표액을 30조원으로 잡고 있다”며 “2035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할 수 있는 좋은 회사가 되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11조원의 투자 자금 조달 계획으로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2조3000억원 ▲영업현금흐름 ▲회사채 발행 ▲7조5000억원 차입 ▲1조30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안 등을 설명했다.
특히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고 1조30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승계 논란 해소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의 정정 공시를 냈다. 신주 발행가는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5% 할인됐다. 또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 10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 한화에너지(2.3%)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거래는 3월 13일 이뤄졌다. 이 거래로 한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했다. 한화임팩트의 대주주는 한화에너지(52.1%)다. 한화그룹 승계의 중심인 두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매수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논란 등이 일었다.
이후 이날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월 한화에너지에 한화오션 주식 매입 대금으로 지급한 1조3000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안병철 사장은 이날 발표한 한화에너지 등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검토에 대해 “한화에너지가 가진 한화오션의 주식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매입하면서 한화에너지에 줬던 1조3000억원을 다시 되돌리는 방식이다”며 “1조3000억원을 되돌리는 방법도 대주주들은 일반 주주들이 받는 15% 할인 없이 가겠다”고 말했다.
2035년 실적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투자 계획도 내놨다. 투자 분야는 육·해·공 종합방산과 조선·해양·에너지 분야로 나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분야에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투자 6조2700억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1조5600억원 ▲지상방산 인프라 투자 2조2900억원 ▲항공우주산업 인프라 투자 9500억원으로 총 11억700억원을 투입한다.
안 사장은 “증권신고서 제출 시 유상증자 관련해 3조6000억원에 시선이 모아졌는데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4년 동안 11조원 플러스 알파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안보환경 변화의 기회와 위기 ▲미국 조선업 재건 정책과 해양 플랜트 시장 성장 ▲액화천연가스(LNG)와 해상풍력 시장 확대 등의 설명과 함께 2016년 두산DST 인수를 시작으로 한화오션 인수 등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과정을 열거하며 그룹 차원의 과감한 투자 결정과 실행력을 강조했다.
이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온전히 투자에 활용한다는 실행 의지를 보이고 그룹 차원의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한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 역량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안병철 사장은 2024년 2월 한화오션이 보유한 드릴십 운영을 위해 한화드릴링을 설립한 점을 설명하면서 “한화가 인수하고 나서 과감하게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다”며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때로는 다른 계열사까지 포함해 사업적 구조를 만들며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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