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3월 31일 세 아들에 대한 ㈜한화 지분 증여를 깜짝 발표하면서 김동관 부회장이 실질적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김 회장의 세 아들의 경영권 승계구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앞으로 세 아들이 지분 100%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 이후 ㈜한화와 합병,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력을 높이며 계열분리 수순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022년 11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김동선 부사장(왼쪽에서 첫 번째), 김동관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김동원 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만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022년 11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김동선 부사장(왼쪽에서 첫 번째), 김동관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김동원 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만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한화그룹

한화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이번 지분 증여로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22.16%), 김 회장(11.33%), 김동관 부회장(9.77%), 김동원 사장(5.37%, 김동선 부사장(5.37%) 순으로 바뀌었다.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한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42.67%가 돼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게 됐다.

이로써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김동관 부회장이 됐다.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9.77%에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한화 지분으로 환산해 더하면 20.85%를 확보하게 돼 김 회장을 지분율을 넘어섰다. 김동관 부회장과 한화에너지 지분을 함께 보유한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10.91%씩 ㈜한화 지분을 보유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지주사격인 ㈜한화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그룹 후계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는 평가다. 또 김동원 사장의 금융그룹 구축과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유통·로보틱스·반도체장비 등 사업영역의 계열분리로 승계구도가 더욱 명확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화그룹 지분 구조도. / 그래픽=유지영 기자
한화그룹 지분 구조도. / 그래픽=유지영 기자

계열분리 수순의 첫 단추는 한화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화에너지의 IPO 추진이다. 한화에너지는 현재 IPO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상장 준비에 나섰다. 한화에너지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해 사업 재편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승계 작업은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이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세 아들이 한화에너지를 100% 보유한 만큼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으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승계의 마지막 단추는 세 아들이 각자 기업을 인적 분할하는 방식이 예상되고 있다. 인적 분할은 분할된 회사의 주주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비례해 배정받는 방식이다. 인적 분할 이후 세 아들 간 보유 지분을 교환하면 각자 맡은 회사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 IPO를 통한 승계 자금 활용, 한화와 합병 계획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특히 증여로 경영권 승계가 완료되면서 합병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입장이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계열분리를 하며 승계를 할텐데 이 과정에서 현금이 필요하다”며 “김승연 회장이 지분까지 넘길 것을 미뤄 볼 때 계열분리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