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전략적 해외 거점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우리카드가 현지 법인 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해외법인 실적 부진과 불확실성에 대응해 금융당국 출신 동남아 전문가를 이사회에 들였다.
11일 우리카드에 따르면 이사회는 지난 7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박종춘 전 금융감독원 하노이 사무소장을 사내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박종춘 신임 사내이사는 1970년생으로 금융감독원 기획조정국과 국제업무국 업무지원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까지 하노이 사무소장으로 지내면서 현지 감독당국과 현지 진출 국내 금융사간 소통을 지원했다. 동남아 현장 최전선에서 해외 사업 실무 경험과 동남아 감독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두루 쌓은 인물이다.
동남아 시장의 특수성과 리스크를 몸소 체험한 만큼, 해외사업 의사결정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우리카드 인사 결정은 최근 부진에 빠진 동남아 해외법인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카드는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 각각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데, 지난해 들어 실적이 크게 꺾였다.
우리카드는 현지 감독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재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신규 사내이사를 발빠르게 수혈했다. 금융당국 출신인 박종춘 사내이사는 인사혁신처 취업 제한이 해제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우리카드 일원이 됐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경제, 금융 분야 임원 후보군 중 당사 경영에 대한 견제 감독 및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전문적 의견 제시할 수 있는 후보자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법인, 강진·군부 리스크 직격탄… 어깨 무거운 우리카드
우리카드의 미얀마 법인 ‘투-투 마이크로파이낸스’는 2016년 회사가 28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소액신용대출금융회사(MFI)다. 현지 금융사 인수가 아닌 직접 설립 방식을 택했다. 미얀마 북부 만달레이를 거점으로 남부 바고까지 영업망을 확장한 상태다.
미얀마 진출 당시에는 신정부가 집권하면서 시장 개방과 외국인 투자 확대 등으로 7~9%대 경제성장률이 기대됐다. 대출금액도 1인당 20만원 미만에 연체율도 낮아 제2의 베트남으로 각광받았다. 우리카드가 미얀마 시장 진출을 결정한 이유다.
초기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카드는 투투파이낸스미얀마에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0만달러, 1000만달러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출범 3년만인 ▲2019년 13억원 ▲2020년 36억원 ▲2021년 12억원 ▲2022년 14억원 ▲2023년 23억원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2021년 발생한 미얀마 내 군부 쿠데타 장기화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현지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결국 52억원 손실을 봤다. 올해 미얀마가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연장한 데다 강진 여파까지 겹쳐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카드의 두번째 해외법인 '우리파이낸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22년 설립됐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인 소재 할부금융사 '바타비야 프로스페린도 파이낸스'의 주식 지분 82.03%를 약 1300억원에 인수한 후 공식 출범했다.
출범 초기부터 인도네시아 전역에 72개 영업망을 갖추고 중고차 할부금융과 중장비 리스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6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56억원으로 빠지면서 18.8%가 감소했다.
실적 후퇴는 우리카드 입장에서 특히 뼈 아프다. 동남아 시장이 우리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다.
우리금융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리테일 영업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실제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과 우리카드 ‘우리파이낸스 인도네시아’ 해외법인 협력을 통해 성장 속도를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금융지주 차원에서의 목표를 고려한다면 단순 계열사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은 타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계열사가 약점으로 꼽힌다. 보험 및 증권사가 비은행 실적을 이끄는 타금융지주와 달리 우리금융은 여전히 카드사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존재감이 남다른 만큼 건전성 관리 및 영업전략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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