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가 베트남 현지 법인에 대해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베트남 시장 내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모회사 지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란 해석이다.

롯데카드가 베트남 현지 법인에 대한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섰다 / 롯데카드
롯데카드가 베트남 현지 법인에 대한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섰다 / 롯데카드

11일 롯데카드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초 베트남 자회사 '롯데파이낸스 베트남(LPV)'에 390억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했다. 지난 3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베트남 중앙은행(SBV)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롯데카드는 2020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 1952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5월 단일 최대 규모인 937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 추가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롯데카드 증자 배경에는 베트남 현지에서 지급보증 없이 자금 조달이 가능한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가 자리한다.  

지급보증은 회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하면 모회사가 차입을 도와주기 위해 보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대출에 부실이 발생하면 모회사가 채무를 떠안게 된다.

통상 해외법인이 설립 초기거나 현지에서 인지도와 신용도가 낮은 경우 단독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 본사가 보증 서준다. 롯데카드가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 지급보증한 누계금액은 4850억원이다.

그러나 최근 지급보증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현지법인의 자체적인 자금조달 요구가 커지는 추세다. 2022년 하반기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라 해외법인 지급보증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 적립 의무가 생겨 카드사 부담이 늘었다. 모회사 차원에서도 우발채무로 인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특히 국내 카드사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모회사가 보증을 서준다 해도 예전과 같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은 지급보증 유인을 떨어뜨린다. 카드사 신용도 저하와 맞물린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국내 카드사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모회사 신용등급도 하락하는 추세"라며 "지급보증을 해도 과거처럼 조달금리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아 오히려 현지에서 신뢰도를 쌓아 직접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롯데카드 베트남파이낸스가 자체적으로 현지 자금을 조달하려면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급보증 없이 외화차입이나 채권발행을 하려면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해야 한다. 지난해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2018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76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첫 단추를 꿴 만큼 증자를 통해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시장 상황은 긍정적이다. 베트남은 국내 금융사들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진출한 국가로, 현재 55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연평균 6.4% 이상 경제성장률과 1억명에 달하는 인구 등 높은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사들에게 ‘탈내수 대안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환경에 힘입어 롯데카드의 베트남 법인도 빠른 속도로 외형을 키우고 있다. 2018년 ‘테크콤 파이낸스’를 인수하며 현지에 진출한 이후, 롯데파이낸스의 총자산은 당시 14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기준 6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업 영역도 개인신용대출을 넘어 신용카드, 제휴카드, 법인카드, BNPL(선구매 후결제)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본격적인 카드사 모델을 갖춰가는 모습이다.

롯데파이낸스는 현재 롯데카드의 유일한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다. 국내 금융업이 성장 정체와 규제 강화로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베트남 시장은 전략적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특히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중장기적으로 롯데카드 매각을 검토 중인 가운데, 유일한 해외 거점인 베트남 법인은 기업가치를 높일 핵심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카드는 2019년 5월,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60%, 우리은행과 롯데쇼핑이 각각 20%를 보유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잠재 인수 후보자들에게 회사 소개서를 배포하며 공개 매각 절차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지난해 롯데카드 순이익은 1327억원으로 전년(3679억원) 대비 62.7% 급감했다.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탓에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높고, 이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두드러졌다. 실제로 지난해 이자비용은 7363억원으로 전년(5895억원) 대비 24.9% 증가했고, 조달금리 역시 3.4%에서 3.9%로 상승했다. 해외 자회사 수익성 강화와 조달 비용 부담 해소가 매각 성사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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