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꿈의 공정’으로 불리는 1나노(㎚, 10억분의 1)대 초미세공정 개발에 속도를 낸다. 2026년 하반기부터 1.6나노 공정 가동에 돌입하고 2027년에는 1.4나노 시험 양산을 시작해 2028년 하반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인텔 등 경쟁사들보다 빠른 공정 도입으로 파운드리 시장 선두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도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하는 로드맵을 2022년 10월에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는 삼성전자의 2나노 이하 로드맵에 의구심을 표한다. 세계 최초로 양산한 3나노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형 고객사를 TSMC에 뺏긴 전례가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초미세공정에서 TSMC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중국 기업에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삼성전자

15일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67%) ▲삼성전자(8.1%) ▲중국 SMIC(5.5%) ▲UMC(4.7%) ▲GF(4.6%) 순이다. 2022년 1분기 점유율에서 삼성전자(16.3%)와 SMIC(5.9%)의 점유율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지만 현재 격차는 2.6%포인트로 좁혀졌다.

SMIC는 성숙 공정으로 생산하는 소비자 전자제품용 반도체(2024년 4분기 매출 비중 40.2%)가 주력이다. 과거 TSMC의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은 삼성전자가 이제는 범용 제품이 주력인 SMIC에 추월당할 걱정을 하는 처지다.

SMIC는 범용 반도체 가격을 떨어뜨리는 ‘치킨게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성숙 공정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수익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에서 2조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상하이 소재 SMIC 회사 전경 / SMIC 홈페이지
중국 상하이 소재 SMIC 회사 전경 / SMIC 홈페이지

SMIC는 삼성전자보다 비교적 낮은 공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첨단 공정에서도 해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SMIC는 자국 기업 화웨이의 전폭적 지원을 통해 2026년 5나노 공정을 가동할 계획이다. SMIC는 이르면 올해 5㎚ 공정 양산에 필요한 장비를 도입해 양산 라인 구축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2027년 양산을 목표한 1.4나노 공정 개발에 최근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2나노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1나노대 차세대 공정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기술·제조 역량을 갖추겠다”며 공정 개발에 차질이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 알려진 삼성전자의 최근 2나노 공정 수율은 40%대로 TSMC의 60~70%에 미치지 못한다. 통상 수율 70~80%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길이 멀다. 

삼성전자가 2나노와 1나노대에서도 공정 수율의 획기적인 개선을 보이지 못하면 파운드리 사업부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위로는 TSMC, 아래로는 중국 기업에 눌려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 개발을 잠시 내려놓고 2나노 수율 개선에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낮은 수율에 따른 대형 고객사 이탈을 막고 단기 경쟁력 회복에 나설 수 있다는 추측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주총에서 “3나노 및 2나노 공정 등 선단 노드 수율을 빨리 높여 수익성을 최단기간 확보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다”라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