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최신 인공지능(AI) 칩 ‘910C’를 이르면 다음 달부터 대량 출하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맞춤형 AI 칩 ‘H20’ 수출을 막자, 그 빈자리를 채운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화웨이의 910C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는 엔비디아의 H20 칩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910C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칩으로, 기존 910B 칩 두 개를 고도 통합 기술로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이에 엔비디아의 H100 칩 수준의 연산 성능을 구현했으며, 메모리 용량도 910B 대비 두 배 수준이다. 다양한 AI 연산 작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는 등 성능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화웨이는 지난해 말부터 910C 칩 샘플을 중국의 여러 기술 기업에 배포하고 본격적인 주문 접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품은 이미 고객사에 전달됐다는 게 로이터 통신 측 설명이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미국 정부가 H20 칩을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하면서 중국 내 AI 기업들이 대체재 확보에 나선 가운데 시의적절한 공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군사 기술 고도화와 AI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때인 지난 2022년부터 H100을 포함한 엔비디아 고성능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최근에는 B200·H20까지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화웨이를 비롯해 무어스레드·일루베이터코어X 등 중국 신생 GPU 기업들이 잇따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책 컨설팅 업체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Albright Stonebridge Group)의 파트너인 폴 트리올로(Paul Triolo)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이어지면서 화웨이의 910C 칩이 중국 내 AI 모델 개발 및 추론 인프라의 주력 하드웨어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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