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가 간신히 ‘교과서’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번거로운 회원가입 및 동의 절차 등 현실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당장 내년부터 의무 도입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오는 6월 진행되는 검정 심사에 도전한다는 교육 기업들도 있지만 불어나는 손해를 감당하기 힘들어 사업을 철수한 기업도 다수다.
23일 교육부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충북 청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방문해 AIDT 수업에 참관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충북교육청, 교사들과 AIDT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올해 처음 도입되는 AIDT가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교육부는 AIDT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AIDT 지위를 교육자료로 강등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최종 부결됐다. 이번 개정안 부결에 따라 AIDT는 내년 3월부터 교과서로서 의무 도입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올해 1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해당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하면서 재표결이 진행됐다. 다만 개정안 상정 전부터 AIDT를 둘러싸고 교과서 제작 업체와 학교, 학부모 간 갈등이 지속되자 교육부는 올해 자율 도입을 결정했다.
교육 현장과 업계에서는 교육부가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교육 디지털 원패스’다. 학부모가 가입한 후 동의하거나 교사가 서면 동의서를 받은 후 가입해야 하는 방식이다. 교사가 직접 학생 가입 지원을 도와도 최종적으로 법정대리인이 자녀(만 14세 미만)를 인증하지 않으면 AIDT 포털에 접속할 수 없다. 만 14세 이상이어도 휴대전화가 자녀 명의가 아니거나 모바일 환경에서는 인증이 불가한 점 등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 모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IDT 업체들이 사업 철수 등 구조조정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책이 동력을 잃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 12월 AIDT 검정 심사에서 7개 과목·27종이 통과하며 가장 많은 AIDT를 보유한 천재교과서는 구조조정에 나섰고, 웅진씽크빅과 아이스크림미디어 등도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섰다.
최종적으로 개정안이 부결됨으로써 AIDT가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게 됐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성급했다는 의견도 있다. 비상교육과 미래엔 등 일부 업체는 오는 6월 예정된 2026년 교과서 검정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의 영어·수학·정보교과에 AIDT가 적용된다.
교육업체 한 관계자는 “AIDT를 구매만 해놓고 여전히 사용하지 못 하는 학교도 있는 만큼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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