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 교육은 10년 이상 퇴보할 것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의 큰 실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AIDT는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교육 분야에서 실행하고 있는 국가 전략의 핵심 인프라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발행사 14개사와 교과서발전위원회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AIDT 위헌적 입법 철회를 위한 발행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경아 기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발행사 14개사와 교과서발전위원회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AIDT 위헌적 입법 철회를 위한 발행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경아 기자

AIDT 발행사 14개사와 교과서발전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AIDT 위헌적 입법 철회를 위한 발행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AIDT의 법적 지위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AI 기반 에듀테크 통한 공교육의 미래 설계 기회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과 발행사들의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한 기업은 YBM, 교문사, 교학사, 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비상교육, 씨마스, 아이스크림미디어, 엔이능률, 엘리스그룹, 지학사,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디딤돌교육, 구름, 매스프레소, 블루가,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에누마코이라, 팀모노리스 등이다.

앞서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재석 15인 중 찬성 9명, 반대 6명으로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교과서 지위를 잃게 된다.

이에 이날 발행사 등은 ▲‘교과서’ 지위 변경 즉각 중단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전면 재논의 ▲민·관·정 교육혁신 TF 즉시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AI 디지털교과서는 단순히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로 형태만 바꾼 것이 아니며, 국가 AI 전략과 공교육 혁신이 만나는 지점에서 설계된 국가적 프로젝트로,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한 핵심 교육 인프라임”을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가 AI 3대 강국을 선언하고, 100조원 규모의 AI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교육 분야의 핵심인 AI 디지털교과서가 정책의 중심에서 제외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발행사와 교과서발전위원회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에는 국비 5300억원을 비롯해 인프라 포함 약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들은 “약 3만6000명의 종사자와 그 가족 수십만 명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고용 축소에 처해있다”고 설명했다.

황근식 교과서발전위원회 위원장은 “교육자료는 학교에서 의무로 사용할 이유가 없어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발행사에서 AIDT를 담당한 직원들은 기업 내에서 다른 업무로 전환하기 힘들기 때문에 투입된 인력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정부 정책을 믿고 왔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 국가와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없다”며 “행정소송으로 구체적 손실액은 밝혀지겠지만, 고용축소 등 생계 문제까지 포함하면 돈으로 산출 불가한 손실이 발생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발행사 등은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는 유지하며 이를 토대로, 품질 개선과 기능 보완을 위한 법안 수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며, 정부·국회·발행사·교원·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정 교육혁신 TF’를 즉시 구성, 현장과의 소통과 조정을 제안했다.

특히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투자금이 전혀 회수 안돼, 스타트업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만약 해결 안되면 어떤 민간기업이 정책에 따를까 싶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2차년도 AIDT 검정이 진행 중인 만큼 “최소한의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AIDT를 도입하지 않을 과목만이라도 알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발행사 등은 이달 초 AIDT 검정출원을 마쳤으며, 수정·보완을 거쳐 8월 말 최종 합격 AIDT 권고가 나온다. 현재는 영어·수학·정보 과목에만 AIDT가 도입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교과서 지위가 유지 중인 만큼, 이들 발행사는 다른 과목의 AIDT도 투자 및 개발에 전념 중이다.

이재상 천재교과서 상무는 “행정소송 외에 다른 헌법소원이라는 전제가 충족돼서 위헌 헌법소송을 적극 진행 예정”이라며 “지난 소송에는 천재교육·교과서, YBM 등 뿐이었지만 이제는 더 많은 발행사가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AI 교과서에 AI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들은 “AIDT 맞춤형 학습을 위해서는 학생 실력을 진단하는 기능이 필수인데, 실제로 AIDT를 본 적 없는 사람이 막연하게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욱상 동아출판 대표는 “AI교과서에는 학습 능력을 딥러닝 방식으로 판단하기 위한 AI가 탑재돼 있다”며 “결국 정부는 챗GPT처럼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챗봇을 지원하는 방식이 되냐는 의문 같은데, 교육용 LLM은 할루시네이션과 선행학습 금지 때문에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종현 팀모노리스 대표는 “외산 LLM을 붙이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교육부 정책 때문에 국산 LLM만을 활용할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버린 AI(국가 주권 AI)’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교육자료로 격하될 시 AIDT의 구독료가 더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이욱상 동아출판 대표는 “교과서는 장애인이나 다문화 학생 등 모든 학생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넣어야 하는데 교과서로 개발하면 저작권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교육자료로 분류되면 콘텐츠 제휴 비용이 많이 들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황근식 위원장은 “교육자료는 국가에서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막을 길이 없다는 점에서 교과서와 큰 차이점이 있다”며 “국회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 단위 교육AI(가칭 ‘K-에듀 GPT)와 개방형 통합 교육플랫폼(가칭 ‘K-에듀 통합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챗GPT와 연계하면 완벽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민간 에듀테크와 공교육이 상생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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