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학회 중 하나인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5)에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번 학회를 통해 혁신 항암 기술과 연구 성과 등이 등장할 예정으로, 국내 기업에게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리고 기술수출의 가능성을 엿보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5)가 이달 25~30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다. / AACR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5)가 이달 25~30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다. / AACR

관련 업계에 따르면 AACR 2025가 25~30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다.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꼽히는 세계 3대 암학회로, 매년 2만명 이상의 기업 관계자와 연구자들이 참여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공유한다.

이미 진행 중인 임상 현황 중심인 ASCO, ESMO와 달리 AACR은 신약 후보 물질의 전 임상과 초기 연구 결과가 공개돼 바이오 기업에게는 기술수출의 장으로 여겨진다.

이에 국내에서는 셀트리온,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리가켐바이오, 한독 등을 비롯해 루닛, 딥바이오와 같은 의료AI 기업들도 다수 참가한다.

우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이 AACR 2025 무대에 나란히 선다. 이번 학회에서 셀트리온은 다중항체 신약 CT-P72의 전임상 결과를 최초로 발표할 예정이며, 셀트리온제약은 ADC(항체약물접합체) 이중 페이로드(dual-payload) 개발 성과를 첫 공개한다.

셀트리온은 오는 2028년까지 ADC 분야에서 9개, 다중항체 분야에서 4개 등 총 13개의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글로벌 주요 기관에 제출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 등 항체 영역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과감한 투자로 신약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 신약 부문에서도 ‘항체신약 명가’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은 에이비엘바이오와 함께 학회에 참석해 ‘YH32364(ABL104)’의 비임상 결과를 포스터로 공동 발표할 계획이다. YH32364(ABL104)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T 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다.

EGFR은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시 종양 세포의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켜 종양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데, 이러한 특성에 따라 항암제 개발의 주요 표적 중 하나로 개발되고 있다. 포스터 제목은 ‘종양 의존적 4-1BB 활성화를 통해 강력한 항암 효능을 보여주는 EGFR 및 4-1BB 이중항체’로 29일 공개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3년 연속 AACR에 참가해 3년 연속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중 가장 많은 연구 성과인 11건의 비임상 결과를 공개한다.

세부적으로는 ▲EZH1/2 이중저해제(HM97662) 2건 ▲선택적HER2 저해제(HM100714) 2건 ▲MAT2A 저해제(HM100760) ▲SOS1 저해제(HM101207) ▲STING mRNA 항암 신약 ▲p53-mRNA 항암 신약 2건과 ▲북경한미약품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이중항체 플랫폼(펜탐바디) 기반 BH3120 2건 등 총 7개 신약 후보물질에 관한 연구 결과 등이다.

회사는 EZH1/2, 선택적 HER2, MAT2A, SOS1 등 특정 암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 mRN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p53 돌연변이 암을 표적하는 ‘차세대 p53-mRNA 항암 신약’ 연구 결과도 공개한다.

대웅제약은 이번 AACR에서 3개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하고, 해당 후보물질의 전임상 결과 등 총 4건의 포스터 발표를 진행한다. 대웅제약의 후보물질은 ▲표적항암제 ‘DWP216’ ▲면역항암제 ‘DWP217’ ▲합성치사항암제 ‘DWP223’ 등으로 모두 처음 공개하는 약물들이다.

회사는 AACR 발표가 신약 개발 경험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가켐바이오는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STING 아고니스트 ‘LCB39’와 ADC 플랫폼 기술 이전으로 후보물질이 도출된 LRRC15 ADC ‘SOT106’, CA242 ADC ‘IKS04’ 등 총 5건에 대한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2020년과 2021년 각 ADC 플랫폼 기술 이전을 체결한 파트너사 익수다와 소티오에서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독은 AACR 2025에서 항암신약 연구 3건에 대한 포스터 발표를 진행한다. 이번 포스터 발표는 차세대 EGFR 돌연변이 분해 폐암 치료 신약물질 KRAS G12D변이 단백질 분해 신약물질, 신규 FGFR/HDAC 이중 저해 신약물질에 대한 연구이다.

한독은 표적단백질 분해 플랫폼과 이중표적 플랫폼을 활용해 BNJ 바이오파마, 파이메드바이오와 각각의 항암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해당 연구들은 비임상 개발 단계에 있다. EGFR 돌연변이 분해 폐암 치료 신약물질은 오시머티닙(Osimertinib) 내성을 극복하는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발표도 눈에 띈다. 루닛은 이번 학회에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최신 연구성과 7건을 공개한다. 또한 루닛은 글로벌 빅파마 제넨텍(Genentech)과 진행한 면역항암제 ‘티센트릭’ 치료 효과 검증 연구를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함께한 ‘AI 기반 EGFR 변이 예측’ 연구 성과도 공유한다.

이 외에 루닛은 이번 학회의 주요 연구 중 하나로, 희귀암인 침샘암(SGC) 환자의 선행면역화학요법 치료 효과 예측 연구를 발표한다.

딥바이오는 AI를 활용한 암 진단 및 바이오마커 정량 분석 관련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이번 발표에서는 면역 억제 단백질인 PD-L1(Programmed Death-Ligand 1) 및 세포 증식 및 전이 관련 수용체 단백질인 c-MET의 면역 조직 화학 염색 (IHC) 이미지의 정량 분석, 유방 림프절 동결절편 병리 이미지의 인공지능 기반 진단 등 3건의 연구가 포스터 발표로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AACR은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 의약품)를 탐색하는 학술대회로, 글로벌 기업들이 수 조원을 투입할 혁신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며 “올해 국내 기업들이 신규 후보물질을 대거 공개할 예정으로, 어떤 기업이 ‘렉라자’ 같은 항암제를 탄생시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