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 치료로 불리는 '중입자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이 관련 특약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부작용은 적지만 치료비가 수천만 원에 달해 환자 부담이 컸던 점을 고려해 경제적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장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8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생명이 업계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보장하는 특약을 출시한 이후 이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흥국화재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도 비슷한 담보 상품을 내놨다.
해당 특약은 보험 가입자가 항암 중입자치료를 받을 시 최대 1억원을 정액 보장하는 상품이다. 최대 1억원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 담보로 5000만원을 보장받은 뒤,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 담보 또는 '암주요치료비' 담보 등을 추가로 가입하면 된다.
보험료는 40대 남성 기준 매달 2만원 안팎이지만, 실제 내야하는 돈은 ▲회사별 가입조건 ▲가입자 건강상태 ▲연령 등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중입자치료는 탄소 이온을 빛의 속도에 가까울만큼 가속시켜 만든 에너지빔을 암세포에 정확히 쏘아 없애는 방식이다. 초당 10억개의 탄소 이온이 환자의 몸을 통과하는데, 정상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에 도달해 부작용이 적다. 기존 양성자치료와 같은 원리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입자를 사용해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중입자치료기기를 도입한 곳은 세브란스 병원 한 곳이다. 치료 받을 수 있는 암종은 간암, 폐암, 췌장암, 전립선암 정도다. 서울대병원은 2027년, 서울아산병원은 2031년 가동을 목표로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중입자치료의 효과는 기존 양성자치료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짧은 시간내에 원하는 부위에 조사해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며 "특히 방사선이 닿는 범위가 작아 정상 조직이 같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어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통이 적은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항암치료의 흔한 부작용인 탈모 증세나 구토 증세가 현저히 적어 환자들의 고통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암 발생부위가 깊은 곳에 위치해 기존 방사선 치료로는 어려웠던 전립선암의 경우 중입자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중입자치료는 담당의가 치료 횟수 등 치료계획을 정한 뒤 진행된다. 암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한 사이클을 기준으로 비용을 책정한다. 암 종이나 발병 속도에 따라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12회 이상 중입자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 횟수에 따라 많게는 암 부위 한 곳당 7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온전히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중입자치료를 보장하는 특약을 내놓은 이유다.
그러나 중입자치료는 비교적 초기 원발암의 경우 높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지만 암 세포가 다른 장기에까지 번진 4기암의 경우 치료가 어렵다는 것은 한계로 꼽힌다. 전이암이나 다발성 암의 경우 치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 오히려 약물치료 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김경환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지난달말 강연을 통해 "4기암은 원격 전이가 있는 단계로 전신에 종양이 퍼진 단계"라며 "원격 전이가 있는 경우 보이는 병변에 대해서만 중입자 치료를 해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수 없어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 등을 시행하는 것이 치료 성패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면 수요도 함께 늘어 실제 이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세브란스 병원 중입자치료도 대기기간이 수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 가동되는 중입자치료기가 세브란스밖에 없어 치료 대기기간이 수개월은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 의정사태로 초진이 거의 없는 특수 상황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치료인 토모테라피도 대기가 길어 거의 밤새도록 돌아가는 실정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경우 대기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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