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가 전기차 수요 부진과 관세 리스크 여파에 올해 1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들 기업은 올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강화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1년 전보다 개선된 실적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 6조 26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2.2% 늘었다. 영업이익은 138.2% 증가해 지난해 4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는 올해 1분기 4577억원에 달해 흑자전환에 보탬이 됐다.
반면 삼성SDI와 SK온은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삼성SDI는 매출 3조1768억원, 영업손실 4341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SDI는 AMPC 보조금으로 1094억원을 수령했는데, 이를 제외하면 손실 규모가 5434억원으로 불어난다. SK온은 매출 1조6054억원, 영업손실 299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SK온은 전 분기 AMPC 1708억원을 수령해 전분기보단 601억원쯤 손실폭을 줄였다.
배터리 3사는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 타개를 위해 공통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확대를 대응책으로 내놨다. 현재까지 ESS 매출 비중이 3사 모두 높지 않지만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의 미국과 유럽 지역의 생산라인을 앞당겨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설비투자(CAPEX)를 30% 이상 감축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부터 조기 가동 예정인 ESS 북미 현지 생산 본격화와 유럽 전기차용 신규 배터리를 양산하는 등 기회요인을 잘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미국 현지에 ESS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를 검토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안전성과 고에너지밀도가 강점인 삼성배터리박스(SBB)의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올해 계획된 ESS용 배터리 생산 캐파의 90% 수준에 달하는 수주를 이미 확보했다"며 "늘어나는 수요 대응을 위해 추가로 생산 효율화 및 전기차용 라인의 전환을 통해 작년 대비 20% 수준의 캐파 증량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SK온도 미국 현지에 ESS용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중 일부를 ESS용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